정부지원 과학기술 연구과제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관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지난 99년 절대평가에서 심사위원들이 인정에 끌려 후한 점수를 주는 관행을 막기 위해 상대평가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최근 과기부 요청으로 지난해 완료된 정부 지원 연구과제 2백16개를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우수'로 평가된 과제가 94개(43.5%),'보통'이 94개(4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우수'를 받은 4개(1.9%)를 포함하면 보통 이상이 전체에서 89%에 달한다. '미흡'은 18개(8.3%),'불량'은 6개(2.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K모 교수는 "절대평가를 할 때 '우수'가 90% 이상이던 것과 비교하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보통'을 받아도 특별한 제재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상대평가를 도입해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하겠다는 의도와 맞지 않는 것.게다가 과기부는 '아주 우수' 10%,'우수' 25%,'보통' 50%,'미흡' 10%,'불량'이 5%로 배분하도록 규정해 적어도 85%는 '보통' 이상으로 보장해준 셈이다. 이와관련,과기부측은 "원론적으로 절대평가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다. 김영식 과기부 연구개발기획과장은 "지난 20여년간 절대평가를 실시했지만 '우수'에 지나치게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객관적인 평가환경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절대평가를 실시할 경우 나타나는 변별력 약화를 우려,상대평가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KIST의 J모 교수는 "실패원인을 분석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평가의 목적"이라며 "억지로 비율을 맞추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과제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절대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