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학생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올해 조선대 졸업생중 최고령자인 양상례씨(53·광주 북구 운암동)는 초등학교 5학년 손자를 둔 '할머니 졸업생'이다. 양씨는 "학문적으로 성취감을 느끼기보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며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제대로 못했던 양씨는 지난 95년 진학의 기회를 잃은 청소년과 주부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희망학교'를 다니면서 1년만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이어 막내 아들 또래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에 등록,8개월간 짧은 수능준비 끝에 98년 송원전문대에 입학,자신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쉰을 넘긴 양씨의 학구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졸업과 동시에 조선대 행정학과 3학년으로 편입하게 됐다. 3남1녀를 둔 양씨는 "지금까지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 자식들의 말없는 격려와 배려"라며 "무엇보다 조선대에 다니는 고명 딸 은희(21)와 함께 학교를 다닐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졸업식에서 영광의 학사모를 쓰게 된 양씨는 "이제 배운 것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나누고 싶다"면서 "내가 다닌 야학에서 주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씨는 또 "늦게라도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두려워서,혹은 체면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 시작하면 조금씩 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만큼 겁먹지 말고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