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새내기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 놓을까' 신학기를 앞두고 대학들마다 캠퍼스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의 구미를 당길 법한 매력있는 오리엔테이션(OT) 프로그램 준비에 고심하고 있다. 모교 출신 유명 인사나 연예인을 동원하는 대학도 있고 학부모까지 초청해서 특별활동을 소개하는 등 '캠퍼스 PR'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학당국과 동아리 등의 정성은 지극하지만 새내기들의 반응은 월드컵 분위기 만큼이나 '별로'다. 취업난이 절박한 이슈로 떠오르다보니 신입생들이 대학 특유의 낭만이나 교양 등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 '고3' 연장선상에서 학원 다니듯이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신입생들은 OT를 달갑잖은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고 동아리 활동까지 기피하면서 '취업실력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교양선택도 컴퓨터 영어 중국어 등 실용적인 과목엔 교실이 모자랄 정도로 학생이 들끓지만 철학 역사 등은 신청자가 너무 적어 커리큘럼 운영에 애로를 겪는 대학이 속출할 정도로 '캠퍼스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 취직이 지상과제 =최근 연세대에서 열린 신입생 OT에 참가했던 전파전기공학부 신입생인 김진석군(19)은 "학생이 너무 적어 실망했다"며 "선배들로부터 취업준비가 대학생활의 '지상과제'라는 얘기들을 듣고선 현실적인 것 외에는 즐길 마음이 싹 가셨다고 토로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연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부제가 도입되면서 전공계열별로 행사가 치러지는 바람에 전체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다"면서 "취업난으로 신입생을 위한 행사나 동아리 활동 등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멀어지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외면당하는 동아리 활동 =대졸 취업난과 학부제 시행으로 인한 학점따기 경쟁은 대학 동아리 활동에도 찬바람을 몰고 왔다. 고려대 법학과 박경훈군(20)은 "인기학과의 경우 학점이 높아야 원하는 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신입생들은 학업외 활동보단 도서관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환영회 때는 동아리에 관심을 보이더라도 실제 가입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신입생 강경민군(19)은 "취업공포 때문에 동아리 활동에 대한 미련은 원서를 쓸 때부터 아예 접었다"고 말했다. 신현석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신입생조차 학점 높이기와 취업준비 등 '실리추구'에만 열중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도 대학은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학원'이 아닌 만큼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사고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내기 마음 잡기 아이디어 총동원 =이런 가운데서도 여대를 중심으로 신세대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 캠퍼스 매력을 돋우는데 성공한 사례도 있다. 이화여대는 21일 OT에서 국제 축구심판 임은주씨, 전문 MC 임성민씨 등 동문 출신 유명인을 동원해서 '선배와의 만남' 시간을 갖는데 신입생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동국대는 20일 오전 장충체육관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한 가운데 OT를 갖고 오후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모의 토익시험을 치렀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생.학부모 모두에게 반응이 좋아 OT 참여율을 높이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