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과 교육수요자를 고려한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민을 훈육한다'는 시대착오적인 교육논리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청년실업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 담당자들과 잦은 접촉을 하고 있는 노동부 A국장은 "교육관련 문제를 다른 부처에서 얘기하는 것 자체를 아주 꺼리는데다 부총리 부처랍시고 업무협의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지시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같은 공무원이지만 참으로 구태의연하고 고압적이라는 인상을 늘 받는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관련 대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교육 및 직업훈련 취업률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 교육부는 이를 무시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는다는게 그의 불만이다. 산업자원부 B과장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그는 "노동부 산업자원부 등 수요자 중심의 부처와는 시각 자체가 달라 협의과정에서 갈등을 많이 겪고 있다"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교육부를 통렬히 비판했다. 부총리 부처로 승격된지 1년이 지난 교육인적자원부에 비난의 화살이 쇄도하고 있다. 국가의 인력개발정책을 종합적으로 관장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개각에서 수장이 장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이후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덩치가 커지는 바람에 그 움직임이 둔해져 교육개혁은 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모 부처 C국장의 비난은 더욱 직설적이다. DJ정부의 최대 실책이 교육부를 부총리 부처로 격상시켰다는게 그 요지다. 그는 "교육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킨 것은 국가인적자원의 효과적인 개발 및 관리를 위해 노동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고 통합하자는게 당초 취지였다"며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기껏 내놓는다는게 '이력서에서 학력난 폐지'라는 한탕주의식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세계 어느 나라의 교육부 수장이 부총리이냐"며 "독일 뉴질랜드 등에서 처럼 교육부는 노동부 과학기술부 등 다른 부처와 통합돼 독립적인 행정부로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 교육부와 관련 부처간 통폐합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D 연구원은 "교육자치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초.중등교육은 지방자치단체에,대학교육은 대학당국에 맡기면 굳이 교육부가 지금처럼 비효율적인 공룡부처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교육부의 역할은 교육재정을 지방자치단체에 나눠 주는 정도에서 그치면 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학부모단체의 원망은 좀더 현실적이다. 학부모연대의 임영숙 회장은 "부총리 부처가 된다고 해 뭔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가 컸었는데 춤추는 수능난이도, 고교재배정 사태 등 여전히 관료적인 교육행정으로 학생과 학부모만 골탕먹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난 여론은 교육계 안에서도 들끓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군림하는 교육부 공무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는 부총리부처가 된이후 더 심해졌다고 말한다. 서초동 E고교 3학년 주임 교사는 "학교 현실을 무시한 교육정책을 내놓아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불평한다. 최근 교육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아래 전국의 모든 학교들을 교실증축사업으로 내몬 것은 대표적인 사례. 케케묵은 교육정책기조도 교육부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된데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제 등 모든 사회시스템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발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유독 교육부문만 철옹성을 쌓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70년대 중반 도입된 고교평준화 정책을 30년 가까이 고집해온 것은 단적인 예이다. 최운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증권연구원장)는 "지금까지 교육부는 고교평준화를 통해 '절대평등이 최선'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국민들 인식속에 심어줬다"며 "이러다보니 경쟁력을 갖춘 인재양성은 거의 불가능해져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교육부도 시대변화에 뒤떨어지는 낡은 정책을 버리고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