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하이닉스 매각 원점에서 재검토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독자생존론에 이어 삼성전자와의 제휴론이나 비메모리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이너 서클(Inner Circle)'만들기 등,새로운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이같은 구상들은 대부분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론테그놀로지와의 재협상을 앞둔 '압박용 카드'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마이크론의 무리한 요구와 세계 반도체시장의 상황변화 등을 감안할 때 차라리 해외매각 방침을 전면 백지화하고 독자생존이나 국내처분 내지는 전략적 제휴 등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놓고 밑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독자생존이나 국내매각이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장기호황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독자생존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성으로 넘기는 방안 역시 삼성이 거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다 시장독점에 대한 선진국의 견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이닉스 처리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정부는 물론 반도체업계나 채권단 모두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하이닉스를 마이크론의 요구대로 헐값에 넘겨주고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지배력을 상실하느니 국내업체와 제휴해 산업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그 길을 찾아보는 것이 당연하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15억달러의 신규자금 요청에 대해 11억달러의 협조융자는 해주되 4억달러어치의 후순위채 인수요구는 거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들린다.
재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후순위채 인수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런 조건이라면 꼭 마이크론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똑같은 조건을 국내매각에도 적용할 경우 국내업체라고 해서 관심을 갖지말라는 법이 없다.
꼭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국내업체가 메모리 일부라인을 인수하고 나머지 라인을 중국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이닉스의 독자생존론과 함께 갑자기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삼성 역할론'이 부상한데는 한국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 차원의 국민적 기대와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업계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지 정부가 나서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