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칠레와의 사상 첫 FTA를 빠르면 상반기중에 성사시킨다는 방침 아래 관계부처간 내부 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농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해법이 꼬이고 있다. 21일 김동태 농림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FTA를 맺을 경우 국내 농민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과 배 등 품목에 대해선 관세철폐 예외 품목으로 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의 포괄적인 농산물협상 후로 미루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종전 방침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김 장관은 "칠레측이 우리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강경하게 나올 경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향후 정부정책이 대단히 가변적임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는 칠레와의 FTA 협상을 앞당겨 추진하기 위해 21∼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실무회담을 하기로 해 농민단체 등 국내 이해관계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칠레측은 사과 배 등을 예외로 할 경우 한국과의 FTA 실익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어 양보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림부는 이에 앞서 지난 16일 '한.칠레 FTA 고위급협의회 추진관련 설명회'에서 배포된 자료를 통해 '사과 배 등 5개 농산품을 향후 FTA 협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되 불가피한 경우 별도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내부적인 협상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부 한 관계자는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칠레와 함께 특정 분야에 대한 관세 인하의 폭을 줄이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한.칠레 FTA가 농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단체협의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한.칠레 FTA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수현 정책간사는 "협상이 진행될수록 양보하는 농업 품목이 늘어나고 농업의 예상 피해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칠레에 사과 배 등의 논의는 열악한 국내 농업 환경과 농민 정서 등을 고려해 WTO 농업협상 이후로 미루자고 했으나 칠레측이 타이어 등 2백57개 공산품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나와 양국간 협상이 1년동안 표류해 왔다. 만약 칠레의 요구대로 사과 배 등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조건으로 FTA가 체결될 경우 일부 이중관세품목 및 단일고관세품목을 제외한 농산물의 관세가 10년 안에 철폐된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