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프로] (3) '향수마케터' .. 빠팡 에스쁘아 송명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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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마지막 한방울의 향수로 완성됩니다.
자신의 외모나 성격에 어울리는 향기를 '입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스타일리스트죠"
향수 전문업체 빠팡 에스쁘아의 송명철 팀장(38).'제4의 패션'이라고도 불리는 향수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건 국내에서 몇 안되는 향수마케터다.
향수 브랜드매니저,향수 디자이너 등 그를 표현하는 다양한 직함만큼 업무 영역도 광범위하다.
제품 개발에서부터 영업,시장 및 소비자 트렌드 분석,외국 브랜드의 동향 파악까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그의 생활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두드려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하듯이 향수마케터는 수백종의 향기를 버무려 단 하나의 명작 향수를 빚어냅니다"
향수마케터는 시대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소비자 욕구를 정확히 집어내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향기의 종류만큼 향에 대한 개인 취향도 제각각이어서 향을 만드는 일은 민감하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빠팡 에스쁘아의 대표적 향수제품인 '에스쁘아' 역시 최종 향을 결정하기까지 2년여 기간에 4천여명의 일반 소비자 의견이 반영됐다.
사용된 샘플의 양 또한 10만개에 이른다.
"향수는 후각의 언어예요.
소비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감성 언어를 얼마나 폭넓게 만들어내느냐가 향수마케터의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되죠"
언뜻 보면 향수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예술가적인 창의력같지만 뜻밖에도 송 팀장은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이다.
졸업 후 화장품 회사인 태평양 기술연구원에서 조향사로서 경력을 쌓았다.
2∼3일에 한번씩 소금물을 코로 들이마셔 뱉어내는 방식으로 예민한 후각을 유지했다.
"예술과 패션,특히 어려서부터 패션쪽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전공과 끼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하다 향수마케터의 길을 선택하게 됐죠"
하지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하나의 향수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서부터 제품 마케팅과 홍보를 위한 이벤트 기획까지 전방위적인 업무 능력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마케팅,기획 등 경영일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는 게 어려웠어요.
관련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죠.직접 부딪치고 깨지며 실무를 익힌 게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웬만큼 경력이 붙다보니 저절로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액체 보석인 향수를 가장 잘 다듬어내는 장인'(향수 컨설턴트 오형기씨)이라는 주위의 평가를 받은 것도 바로 이런 노력 덕분이다.
"한세기동안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샤넬N?'처럼 일관된 향과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향수브랜드를 키워낼 겁니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향기에도 모든 감성의 '촉수'가 곤두선다는 '향기로운 남자' 송 팀장이 밝힌 포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