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작업이 채권단내 이견과 정부부처간 입장 혼선,이해관계자들의 중구난방(衆口難防)식 의견 개진으로 갈피를 못잡은채 표류하고 있다. 금융계는 채권단이 '매각'과 '독자생존'이라는 두가지 방안을 저울질하면서 정작 협상결과에는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최악의 상황에 몰릴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에 제시할 수정안을 이번 주말까지 마무리,다음주초 마이크론과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번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담판인 만큼 책임있는 대표단을 구성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번 협상에 전권을 위임해주든지 김경림 외환은행장이 채권단 대표로 직접 참석해달라는 하이닉스 측의 요청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도 부처별로 서로 다른 입장을 시도 때도 없이 내놓아 그렇지 않아도 의견조율이 안되고 있는 채권단을 더한층 헷갈리게 하고 있다. "독자생존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제휴가 바람직하다"(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는 훈수가 남발되는가 하면,"시기를 못박지 말고 매각협상을 차분히 진행하는 것이 좋다"(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는 상반된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이해관계자들의 주장마저 난립해 더욱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신권은 양해각서(MOU)를 맺기도 전에 매각대금 분배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소액주주들은 매각반대 투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이같은 적전분열 양상과 달리 마이크론측은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처럼 언론에 유포하면서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라고 봐야 한다"며 "협상결과에 연연치 말고 권한있는 협상 주체가 나서 가부간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