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는 특별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횡보세를 이어갔다. 은행권의 하반월 지준일을 맞아 채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국채 선물은 장중 강보합권에서 움직였으나 장 막판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하자 보합세로 되돌아왔다. 시장에서는 다음주도 원활한 수급여건을 바탕으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수출부진이 여전해 경제지표 영향력은 떨어질 전망이다. 22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과 같은 5.93%로 마감했다. 오전부터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호가만 뜸하게 나왔다. 5년 만기물도 전날과 같은 6.68%에 마쳤다. 장 초반 6.67%에 거래됐지만 장 막판까지 낙폭을 좁혔다. 회사채 역시 힘없이 움직였다. AA- 등급 및 BBB-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각각 6.90%, 11.06%로 변함이 없었다. 국채 선물 3월물도 전날과 같은 104.55를 기록했다. 한때 104.65까지 올랐지만 차익 매물이 출회돼 상승폭을 좁혔고 약보합세를 보이던 주가가 장 막판 상승세로 전환해 마감하자 상승폭을 내줬다. 국채 선물 거래량은 2만9,578계약으로 전날의 절반에 불과했다. 은행이 3,500계약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233계약, 2,108계약 순매도했다. ◆ 다음주 경제지표 중립적 = 다음주 산업생산과 수출 동향이 발표되나 금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금성원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산업생산이 현대자동차 출하 증가로 급증세를 보였겠다"면서 "그러나 2월중 수출감소율이 다시 두자리수로 높아져 금리에 중립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주 발표되는 2월중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를 보여 금리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티살로먼스미스바니는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6%보다 낮은 2.3%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 핵심지수 역시 지난달 2.9%보다 낮은 2.8%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주 미국에서는 주택판매 동향, 소비자신뢰지수, 국내총생산(GDP), 구매관리기구(ISM) 지수 등이 발표된다. 이들 지표도 경기회복세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나 미국 주가 강세와 함께 금리 상승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이번주 발표된 주택착공, 경기선행지수 등이 호조세를 보였지만 미국 증시는 회계부실 파문 등으로 하락했고 재무부 채권 금리는 보합권에서 등락했다. ◆ 수급여건은 원활할 듯 = 이런 가운데 통화당국의 저금리 의지가 확고해 3년 만기 국고채권 금리는 당분간 5.90∼6.00%에 사이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수중심의 경기회복이 진행되자 통화운용의 무게중심을 경제활성화에서 물가안정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보여 시장의 관심이 높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21일 조찬 강연에서 "현재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금리가 급등할 이유가 없다"며 "금리가 급변동한다면 적절한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 총재는 "국내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려면 해외수요가 나아져야 한다"며 "올해 물가는 중기 인플레 목표인 2∼4% 이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경기는 내수를 위주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회복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경기상승 국면으로 진입하려면 수출 등 해외수요가 증가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기본 시각이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수출 등이 개선되는 전까지 섣불리 경기회복을 예단하고 금리상승이나 인플레 기대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셈이다. 특히 통화당국이 물가에 대해 부쩍 관심을 높인 것은 경기쪽에서 물가상승압력이 커졌다기보다는 자산인플레에 대한 우려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가계대출이 급증 추세이고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른 자산인플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진 데다 은행과 카드사 등의 부실화에 대한 경계감을 통화당국도 의식하는 것이다. 한편 주가 상승 전망으로 투신사의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지만 MMF 및 채권혼합형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채권혼합형 펀드에는 1조4,020억원, MMF에는 5조2,99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투신사가 이들 자금을 단기물인 통안채 및 금융채 위주로 운용해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주 월요일 외평채 3년물 7,000억원 입찰이 예정돼 있다. 선물회사의 한 관계자는 "외평채 입찰이 금리에 크게 영향을 주는 사례는 드물다"며 금리 변동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이기석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