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엔진의 힘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과 같다. 자동차 엔진인 내연기관은 작동방법에 따라 2사이클 엔진,4사이클 엔진,로터리엔진 등 세가지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피스톤의 왕복운동 대신 회전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로터리방식은 가히 세계 자동차사에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큰 변화를 가져왔다. 로터리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바로 독일 NSU자동차사의 "RO80"이다. 원래 NSU(NSU Motorenwerke AG)는 오토바이를 만들던 회사였다. 그러다가 펠릭스 반켈(Felix Wankel,1920생)박사와 함께 로터리엔진을 만들면서 자동차회사로 탈바꿈했다. 반켈박사는 당시 자동차용 내연기관이 왕복운동만으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힘도 떨어진다는 사실에 착안,회전운동을 하는 로터리엔진을 개발했다. 왕복운동은 정지와 운동을 반복하므로 운동속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로터리엔진은 정지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고속으로 운전할 수 있었다. 1957년 2월 첫 선을 보인 로터리엔진은 4스트로크 1백25cc 규모에서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1만5천rpm 회전수를 기록했다. 특히 초소형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반켈엔진이라고 불린 로터리엔진이 개발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수많은 자동차업체와 엔진 제조회사들이 특허권을 사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NSU는 로터리엔진을 자동차에 탑재키로 하고 여러 차종을 물색하다가 베르토네(Bertone)가 디자인한 "스포트 프린츠"(Sport Prinz)의 오픈 스파이더에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반켈 스파이더라고 불린 이 차는 19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첫 선을 보여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196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RO80" 모델은 뛰어난 엔진 성능 외에도 매력적이고 진보적인 에어로다이나믹 스타일로 또 한번의 관심을 끌게 됐다. RO80은 작은 보닛에서 볼 수 있듯 최소형인 로터리엔진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였고 고른 무게 배분과 낮은 무게 중심으로 핸들링에서도 우수한 차라는 평가를 받았다. 1976년까지 미래 지향적인 모습의 RO80을 만들어 온 NSU는 1980년대에 아우디에 합병되는 비운을 맞았지만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뛰어난 엔진기술 개발은 모두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 김상권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부본부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