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LHS는 미국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주는 차다. 우선 파격적인 외관이 눈길을 끈다. 흔히 미국차를 생각하면 투박한 디자인과 큰 차체를 떠올리게 된다. 캐딜락 링컨 등 이른바 미국형 럭셔리 세단은 줄곧 보수적인 디자인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선보인 크라이슬러의 LHS는 미국차 가운에 가장 "전위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크라이슬러를 대표하는 캡포워드 디자인을 적용한 이 차는 늘씬한 차체에 독특한 앞모습을 지녔다. 특히 앞유리가 넓어 시원한 시야를 제공하는 점이 돋보인다. 보닛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범퍼는 주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세련된 차체 디자인에 비해 내부는 전통적인 고급 승용차의 인테리어를 채택했다. 최고급 호도나무로 장식된 운전대와 내부 장식,고급스러운 가죽시트,그리고 인피니트의 사운드 시스템은 유럽차와는 다른 고급스러움을 풍긴다. 다만 눈에 거슬리는 계기판과 대시보드 색상,2인용으로 설계된 뒷좌석은 아쉬움을 준다. 시동을 거니 묵직하게 움직이는 차체가 처음에는 둔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최대 2백53마력에 달하는 3.5L 6기통 엔진은 곧 경쾌한 가속력을 보여줬다. 오히려 처음 시동을 걸 때 다가오는 묵직함은 출발 때 일어나는 몸 쏠림 현상을 없애주기 위한 것 같았다. 도로 상태와 상관없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주는 서스펜션은 유럽차의 딱딱함과는 크게 차별된다. 평탄한 길을 달릴 때는 노면을 요동없이 꽉 잡아주고 요철이 많은 길을 갈 때는 작은 충격을 모두 흡수해 편안했다. LHS의 부드러움은 핸들링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직진 주행시나 커브길을 갈 때 무리없이 방향을 틀 수 있었다. 특히 급커브를 할때도 어느 한쪽으로 쏠린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았다. 한마디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를 낼 때의 믿음직한 가속력과 평균 주행속도로 달릴 때의 안정감,여기에 도로 환경에 관계없는 쾌적한 승차감은 기존의 미국차에서 느꼈던 선입견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회사측의 설명과는 달리 브레이크는 썩 만족스런 수준이 아니었다.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브레이크 반응이 다소 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LHS는 가격대로 볼 때 벤츠의 가장 낮은 급인 C클래스,BMW의 3시리즈 및 국산 최고급차 에쿠스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판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5천9백80만원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