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바꿔야 '경제'가 산다] 1부.끝 : (전문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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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교육을 바꿔야 경제가 산다' 시리즈 1부를 끝내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교육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최근 '교육,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나'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최경환 한경종합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박병원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안승준 삼성전자 상무(인재개발연구소장),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정기오 교육인적자원부 인적자원정책국장(가나다순)이 참석했다.
[ 참석자 ]
박병원 <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
안승준 < 삼성전자 상무 >
우천식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정기오 < 교육부 인적자원정책국장 >
최경환 < 사회.한경종합연구소장 > ( 가나다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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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참석자 모두 현행 교육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데 동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교육문제를 풀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 문제가 경제에 어떤 부담을 주고 있나.
◇ 우천식 연구위원 =우선 산업 현장에 필요한 고급 두뇌가 부족하다.
요즘엔 IT(정보기술) BT(생명기술) NT(나노기술) 등 이른바 전략적 신기술로 '6T'를 꼽는데 정작 이 분야에 필요한 인력이 없다.
양적으로는 공급 과잉인데도 질적으로 만족할 만한 첨단 과학기술 인력은 부족하다.
◇ 안승준 상무 =기업은 현재 아날로그 체제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아날로그 체제는 경험과 연륜을 중시하지만 디지털 시스템에선 도전과 창의력에 높은 가치를 둔다.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력 양성에서도 부가가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대부분 너무 '고전적'이다.
◇ 사회 =요즘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나마 배출되는 인력도 산업 현장과는 거리가 먼 교육을 받고 나와 쓸모없는 인력 취급을 받는다.
고등 교육기관이 실업자 양성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 안 상무 =변별력이 떨어지는 수능시험과 병역특례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과학고를 예로 들어보자.
오히려 똑똑한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서 더 많이 떨어진다.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병역문제도 그렇다.
중국에선 아예 이공계 학생에게 병역을 면제시켜 준다.
한국은 이공계 학생에게 이런 사회적 보상체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
물론 병역특례 제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연간 약3천명인 병역특례 정원중 벤처기업으로 배정되는 정원만 점점 늘어나고 정작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대기업 정원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기업이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끌어오기 힘든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줄어들어 고급 이공계 인력 양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 박병원 국장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는 '미래'의 직업별 인력 수급 상황을 토대로 학과를 고르는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고교생들과 학부모들은 '과거'와 '현재'의 정보를 갖고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장기화돼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기면 10년∼20년후엔 이공계 출신자가 드물어져 몸값이 올라갈 게 분명하다.
조만간 이공계 인력이 대접받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이공계열보다 의대 법대를 선택하는 것은 명백한 오판이고 시장의 실패다.
정부는 국민들이 '미래'의 정보를 갖고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정기오 국장 =이른바 문학 사회 철학 등 인문사회 분야의 공부는 소비재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공계 분야는 그 수준이나 종류 여하를 막론하고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학문 성격상 학생들이 공부할 유인이 약하다는 소리다.
그만큼 정부의 보조와 개입이 필요하다.
수능시험은 난이도 조절이나 변별력 차원에서만 접근해선 곤란하다.
근본적으로 교육 시스템상에서 수능시험의 가치와 기능이 '인적자본형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사회 =고교 평준화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교육 붕괴를 초래하고 교육의 다양성과 질적 수준 향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 정 국장 =평준화는 사학의 자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립학교들을 철저한 경쟁시스템으로 가져가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공립은 어차피 공공 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평준화의 기조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립학교까지 공공 시스템에 편입시켰다는데 있다.
결국 평준화의 핵심은 사학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살려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 박 국장 =교육의 자율성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까지만 넘어온 상태다.
개별 학교의 자율성은 하나도 없다.
서울시내 20여개 고등학교가 아무리 자립형 사립고등학교가 되기를 원해도 서울시교육감이 반대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정부가 개별 학교의 선택권을 빼앗았다면 교육의 모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모든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교육은 국가가 생기기 이전부터 지역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자치' 행위의 하나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평준화의 미명아래 자신들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는데 있다.
◇ 사회 =최근 연세대 등이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겠다며 언론 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배경 논리는 무엇인가.
◇ 정 국장 =미국 하버드대가 어떤 기준으로 학생들을 평가해 선발하는가는 철저하게 대학 자율로 결정된다.
이는 곧 학생 선발 기준이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진다는 것을 말한다.
어느 누구도 하버드대에 선발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런 체제에선 기부금 입학이 자연스레 도입될 수 있다.
누가 성적이 좋아서 대학에 입학했는지,기부금을 내고 들어갔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국민 모두가 대학에 선발기준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
대학의 학생 선발기준이 미국처럼 비공개로 된 연후에는 대학 자율적으로 기여입학제 도입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다.
◇ 사회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교육이 바뀌어야 하나.
◇ 안 상무 =공급자 중심에서 철저한 고객 위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고객의 요구를 저버리면 경쟁력은 없어진다.
경제계도 노사간 대결구도에서 기업체와 주주간 관계로 바뀌고 있듯이 교육계도 전교조 등 교원단체와 정책당국간 소모적 대결구도에서 학교와 학생.학부모간 대화가 이뤄지도록 구도가 재편돼야 한다.
산업체의 수요에 맞는 인력 양성을 위해 산?학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학 커리큘럼 구성시 기업체들이 적극 참여하고 산업체 인력이 교수로 임용되는 등 산.학간 인력교류가 활성화 돼야 한다.
◇ 박 국장 =IT BT 같은 6T 분야에서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하려면 창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국 어디에서나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하에서 학생들을 뽑고 교사들 역시 똑같이 월급을 받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교육에도 경쟁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외국 교육과 국내 교육은 경쟁에 돌입했다.
일부 상류층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유학 보내기에 바쁘다.
교육에 대해 가장 부담능력이 큰 '고객'들을 외국에 뺏기고 있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고 개별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 우 위원 =우선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지금 모든 학교가 획일적으로 '전인교육'을 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은 '입시교육'을 원하고 있다.
이러니 전인교육도 제대로 안되면서 학생들은 사교육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다.
현재 교육 정책은 학교는 무조건 전인교육을 하는 곳으로 획일화시켰다.
하지만 이는 공허한 이상만 쫓는 것과 다름없다.
입시교육이든 전인교육이든,혹은 특성화 교육이든 각 학교별로 교육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줘야 한다.
정리=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