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7) '움트는 발탁인사' .. 능력별 승진 아직 '실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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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신한은행 사당남성지점장(41).
그는 신한은행에서 발탁인사로 '뜬'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1999년 은행권에서는 처음 4급 대리로 출장소장에 임명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점에서 프라이빗뱅커(PB)로 일하면서 거액고객들의 관리에 철저했던 것이 본부 인사 책임자의 눈에 들었던 덕분이다.
출장소장을 맡은지 2년 만인 지난해 다시 지점장으로 승진해 입행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이 지점장은 "승진이 빠른 만큼 부담이 없지 않다"면서도 "다른 직원들에게 분발을 유도하는 한 사례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은행의 신응식 종합금융팀장(39)도 행내에서는 알아주는 발탁인사의 한 사례다.
지난해 40대 미만으로는 처음으로 팀장 자리에 올랐다.
99년 해외 후순위 전환사채 1억달러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던 공을 인정받은 결과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은행계에서 달라진 풍토중 하나가 인사 관행이다.
연공서열보다는 능력 위주의 인사 관행이 확산돼가고 있다.
발탁인사는 그 산물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공서열이 은행 인사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의 인사평가시스템이 그렇게 돼있다.
'능력'을 우선시했다가는 자칫 내부 질서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발탁인사는 아직 '시범 케이스'로 모색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은행 인사에서 연공서열이 전부는 아니다.
지연 학연 등이 총동원되는 '줄서기'가 여전하다.
한 시중은행에서는 임원 인사철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 있다.
유력한 임원 후보를 모시고 뒤따르는 후배들이 절 등을 찾아 정성을 올리는 행사다.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미는' 줄서기문화의 전형이다.
이같은 줄서기 문화는 은행권에서 유독 강하다.
소유구조상 특정 주인이 없는 회사다보니 지연이나 학연의 힘이 다른 어떤 조직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부 인사시스템도 줄서기를 강요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대부분 은행들은 연 2회 인사고과 평점을 매긴다.
평점은 1단계는 직속 상관이, 2단계는 그 위 상관이 평가토록 돼있다.
은행권에서 줄서기 관행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물론 성과급제나 연봉제의 도입,외국계 주주의 입김 등으로 보수적인 은행권 인사시스템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능력 위주의 인사시스템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관계나 객관적인 평가지침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