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작지만 전문성으로 승부한다' '새내기' 회계법인이 회계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2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법인 설립기준이 완화되면서 소형 회계법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존 대형 회계법인 출신의 회계사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우면서 독립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상당수는 기존 합동사무소가 '헤쳐 모인'데 그치고 있기도 하지만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회계법인이 속속 등장하면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눈길 끄는 신설법인 =하나회계법인은 벌써부터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대표적인 신설법인이다. 하나회계법인은 세계 5대회계법인중 한 곳인 딜로이트 투시 토마츠(DTT)의 제휴법인으로 출범했다. 당초 DTT가 기존 제휴선인 안건과의 계약이 완료될 경우 하나회계법인만을 제휴선으로 가져갈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DTT가 안건과 제휴관계를 유지한다는 기본방침에 합의, 안건.하나회계법인 모두 DTT의 공동 제휴 법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하나회계법인 이재술 대표는 "하나는 DTT의 글로벌 클라이언트인 마이크로소프트와 P&G 등 다국적 기업의 감사를 맡고 안건은 국내 대기업 및 금융기관의 외부감사를 맡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DTT 기업금융과 매니지먼트솔루션 부문이 하나회계법인 쪽으로 옮겨 왔다"며 "향후 세무사업본부와 국제본부 인력이 이동하면 올해말까지 회계사 1백여명을 거느린 대형 회계법인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세정회계법인은 KPMG의 국내 제휴법인인 삼정회계법인의 자회사로 세무 컨설팅 분야에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성에 따른 차별화 =신설 회계법인들은 기존 대형회계법인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분야에 특화된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선명회계법인은 벤처기업 및 부동산 컨설팅업무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회계법인 설립전부터 선명세무회계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업무를 주로 해왔다. 특히 부동산관련 투자.세무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의 선정, 사업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자료를 통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세무자문, 분양대금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법무법인 선명을 설립, 회계 및 법률에 대한 종합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수원에 위치한 미래회계법인은 경기지역의 회계법인 1호로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는 회계 서비스에서 벗어나 지역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경기지역에 있는 벤처기업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다인.웅지회계법인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문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웅지는 특히 중국시장을 무대로 활동중인 기업에 대한 컨설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회계법인 설립 붐 일듯 =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3곳이던 회계법인 수는 현재 50개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등록된 회계법인은 모두 13곳에 달했다. 올들어서만 벌써 4곳이 새로 등록을 마쳤다. 회계법인 설립이 늘어난 것은 공인회계사법 개정으로 회계법인 설립요건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는 법인설립을 위해 공인회계사 20명 이상이 필요했지만 10명 이상으로 낮춰졌다. 또 자본금은 10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완화됐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최근 회계법인 설립절차에 관한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회계법인의 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회계법인의 시장진입이 활발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특화돼 있는 중소형 회계법인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