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교통부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댐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언론사 간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문제 외에 미래 물 부족 현상에 대비하고 홍수예방을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댐 건설 사업은 수자원 공급이나 홍수예방 외에도 경기가 불황일 때 신규고용을 창출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댐 건설의 중요한 서비스가 지난 영월 동강댐 사업에서는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의 선호와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국민들은 용수 부족이나 홍수발생 리스크에 큰 비중을 두었다면 이제는 댐 건설로 파괴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생태계의 리스크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내 댐 건설사업도 선진국에서와 같이 과거의 단순한 토목공학적 개념에서 사회과학적 여론 수렴과정으로 바뀌는 신호탄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영월 동강댐 사례와 같이 '국내의 모든 댐 건설은 반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향후 물이 부족할 수 있으니 무조건 열 몇개의 댐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 모두 설득력이 없다. 댐 건설에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전자를 '편익'이라고 하고 후자를 '비용'이라고 말한다. 편익이 비용보다 크면 댐 건설은 국민의 후생수준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비용이 크면 도리어 댐 건설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편익이나 비용 모두 화폐 단위로 산정된 가치에 의존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절대적으로 소비자, 즉 국민의 선호에 입각한다. 환경에 대한 가치나 홍수예방, 수자원 공급에 대한 가치 모두 건교부 장관이나 시민단체장도 아닌 국민이 부여하는 가치를 합쳐 결정된다. 최근 환경에 대한 가치가 커진 것처럼 사막과 같이 물이 부족한 세상이 오면 사람들이 용수 공급에 부여하는 가치 또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개별 댐 각각은 지리적 위치나 환경에 대한 고려, 가뭄.홍수 발생정도와 주민들의 선호도 변화에 따라 경제성 평가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댐 건설의 경제성 평가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먼저 비용에 댐 건설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에 대한 가치를 포함시킨 사회적 비용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댐 건설의 편익 부분도 경제학 이론에 근거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다목적 댐의 용수공급 편익은 단순히 용수전용 댐 건설시 소요되는 대체 비용으로만 산정되고 있다. 이 경우 용수공급이라는 댐 건설의 경제적 편익은 사막과 같은 물 부족 사태가 예상되고,사람들이 느끼는 물의 가치가 두배 세배 올라도 대체 건설사업에 소요되는 회계적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 한 커질 수가 없다. 최근 사람들이 느끼는 환경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과 같이 희소 자원으로 간주되는 물의 가치도 증가함이 분명할 것이다. 댐 건설 찬반에 대한 극단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에 앞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댐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 평가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하겠다.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sjkwak@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