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끼리 맞붙은 월드골프챔피언십시리즈 액센추어 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5백50만달러)의 우승 트로피는 케빈 서덜랜드(38)에게 돌아갔다.


서덜랜드는 64명의 세계 강호들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역대 최하위 시드(62번) 우승자가 됐다.


또 프로데뷔 후 첫승을 '준 메이저급'인 이 대회에서 거둔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거액의 우승상금(1백만달러,약 13억원)을 거머쥐며 단숨에 투어 상금랭킹 2위로 치솟았다.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리조트(파72)에서 벌어진 대회 결승전은 모두 새크라멘토 출신인 서덜랜드와 스콧 매카런(37)의 대결.


두 선수는 주니어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경쟁해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이었다.


특히 20년 전 북캘리포니아 고등부챔피언십에서 서덜랜드가 매카런에게 역전승을 거둔 적이 있어 결승전은 불꽃이 튀었다.


두 선수의 간격은 2홀차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았고 승부는 최종홀에 가서 결정될 만큼 막상막하였다.


36홀 경기로 치러진 결승전 초반에는 매카런이 앞서 나갔으나 곧바로 서덜랜드가 반격하는 행태를 보이며 첫 18홀은 두 선수가 비겼다.


후반 18홀 들어 첫 리드는 역시 매카런이 잡았으나 서덜랜드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두 선수는 시소게임을 반복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33번째 홀인 후반 15번홀(파4)이었다.


전 홀에서 스퀘어를 만들었던 서덜랜드는 이 홀에서 다시 파 세이브를 하며 보기에 그친 매카런을 제치고 1홀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초반 열세를 딛고 결정적 기회에서 퍼트를 성공하며 마지막 판세를 자신 쪽으로 돌려놓은 것.


서덜랜드의 1홀 리드는 35번째 홀까지 유지됐다.


마지막 홀인 18번홀(파4).


서덜랜드는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난데다 세컨드샷마저 벙커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으나 그 벙커샷을 홀 30㎝ 지점에 붙여 파 세이브를 했다.


'이날의 샷'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서덜랜드의 기막힌 벙커샷에 주눅이 들었는지 매카런은 그 홀에서 2.4m 버디 퍼트를 무산시키고 무릎을 꿇었다.


롱퍼터를 쓰는 매카런은 퍼트 덕분에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올랐으나 결승전에서는 퍼트가 안되는 아이러니를 맛보았다.


매카런은 지난주 닛산오픈에 이어 2주 연속 간발의 차로 2위에 그쳤다.


그러나 상금은 55만달러로 이날 끝난 투산오픈 우승상금보다도 많았다.


18홀 경기로 벌어진 3,4위전에서는 브래드 팩슨이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폴 에이징거를 제쳤다.


팩슨은 45만달러,에이징거는 36만달러를 받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