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새로 들어온 신규 등록기업 가운데 경영실적이 주간사 추정치의 50%를 밑도는 '부실분석'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아이티 인프론테크놀로지 인바이오넷 등 10여개 업체는 등록 첫 해인 지난해 적자를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이 상반기에 집중돼 있어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실적을 미리 반영하는 등 일부 조정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증권사들은 증권업협회로부터 이같은 '부실분석'에 따른 무더기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협회는 오는 5월 부실분석 증권사에 대한 심사를 거쳐 6월부터 제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신규등록기업의 20% 이상이 부실분석=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신규등록기업 1백70개사 중 경상이익이 주간사 추정치의 절반도 안되는 곳이 20∼3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및 IT(정보기술) 장비업종을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이환성 기업인수팀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실적 추정이 이뤄진 IT장비 및 반도체 관련업체는 1백% 모두 추정치가 틀린 것으로 봐도 된다"고 밝혔다. 실제 광통신장비 업체인 아이티는 매출이 주간사 추정치의 3분의 1에 불과한 53억원에 그쳐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1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반도체 관련업체인 테스텍도 매출이 추정치의 절반에도 못미쳤고 경상이익은 예상치의 38% 수준에 그쳤다. ◇상반기에 매출 편중=IT업체인 서화정보통신 인프론테크놀로지 인바이오넷 등 10여개사는 등록 첫 해인 지난해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등록 첫 해 적자를 냈던 기업수(4개)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같이 적자기업이 늘어난 데는 IT산업의 특성상 하반기에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목표량 대비 55%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친 서화정보통신과 아이티는 하반기 매출비중이 25%밖에 안됐다. 매출액이 추정치의 44%에 불과한 비젼텔레콤은 상반기까지 7억원의 경상이익을 냈으나 하반기 들어 2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증권사 IPO담당자들은 이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IT경기가 좋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코스닥등록심사를 의식해 매출은 가급적 상반기로 앞당기고 연구개발비 등 비용은 하반기로 넘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무더기 제재 받을 듯=협회규정에 따르면 등록기업의 경상이익이 등록 첫 해에 주간사 추정치의 50% 밑돌거나 이듬해(2차 사업연도)에 40% 아래로 떨어지면 해당 주간사는 일정기간 등록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신규등록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미 2000년에 등록했던 기업들의 2차 사업연도인 지난해 실적도 부실분석됐을 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2000년 등록기업을 분석할 때 이듬해인 2001년 실적은 대부분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상기시켰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