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의 역빅딜,중국 컨소시엄 매각,삼성전자 제휴,인피니언 인수추진…' 지금까지 하이닉스와 관련해 실제 추진됐거나 '설(說)'수준에서 나돌았던 대안들이다. 이중 LG전자와는 최고 경영진의 불가론(不可論)과 가격 등 조건의 현격한 차이,삼성전자와는 삼성측의 일관된 부정적 견해 탓으로 인해 불발로 끝났다. 중국 컨소시엄 매각건은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불경기를 목격한 중국측이 '외자유치'를 통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발빼기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의지'는 있지만 직접 돈을 대지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론과의 협상과정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됐던 인피니언과의 협상은 인피니언 노조의 반발이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좌초됐다. 울리히 슈마허 인피니언 사장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이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조측이 반대의사를 표명한 데다 금융기관들도 부정적 태도로 돌아선 게 결정적이었다. 결국 현재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은 삼성이나 LG와의 제휴 또는 (부분)인수. 물론 삼성과 LG측은 이같은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들이 모두 국내기업으로 정부 의지에 따라서는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G의 경우 구자홍 부회장이 "That's it(그 걸로 끝이다)"이라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었다고 말했지만 전자업체 특성상 반도체산업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게다가 아직까지 LG반도체 매각대금 중 잔금으로 남아있는 1천23억원이 '연결 고리'로 남아있다. LG필립스LCD가 LCD드라이브 IC(구동칩)를 전량 하이닉스 구미공장에서 공급받고 있어 거래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TV용 칩 등 비메모리반도체를 대만의 TSMC에 의존하고 있는 LG 상황도 부분 인수 또는 제휴 가능성이 완전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안정 공급선 확보를 위해서는 1∼2개 팹(Fab·반도체 일관생산라인)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확인은 안됐지만 LG가 지난해 일본 반도체업체와 접촉,팹 인수를 타진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하이닉스 팹을 부분 인수하는 것이 현재 회복 중인 반도체 경기를 수익성 극대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얘기가 '소수의견'이지만 대두되고 있다. 1개의 팹을 짓기 위해서는 최소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어느 정도 수율과 품질이 검증된 라인 1∼2개를 인수하면 시장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일괄인수할 경우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를 상당부분 무력화시키는 전략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다 '한국 반도체산업을 위하여'라는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는 분위기도 국내업체간 제휴를 요구하는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