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가 지난 25일로 출범 4주년을 맞았다. 남은 1년을 잘 마무리하고 지속해 온 개혁작업을 확실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 동안의 성과와 미흡한 부분,그 원인과 보완과제를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극복과 대외신인도 제고,기업의 구조조정과 투명성 확보 등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중점과제로 추진해 온 공공,노동,금융,기업 등 4대부문의 개혁성과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기업과 금융부문은 그런대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나,공공부문과 노동부문은 크게 미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월25일자에서 한국의 투자등급이 향후 1∼2년 내에 이머징마켓에서 선진국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그 주된 이유중 하나로 한국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꼽고 있어 기업개혁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IMF 이후 30대기업 집단 중 15개 집단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구조조정의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30대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이 1996년말 3백86.5%에서 2000년말 1백71.2%로 격감했고,계열기업간 상호채무보증도 완전해소됐다. 또한 과잉중복투자 해소와 핵심역량 위주의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7개업종의 구조조정을 추진,중복자산과 부채 인력을 크게 감축했다.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진전됐다. 사외이사제도가 의무화됐고 감사위원회 설치를 통한 감사의 독립성 확보,집중투표제의 도입,소액주주권의 대폭 강화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훨씬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개선과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업에 대한 편견과 과거의 부정적 인식에 사로잡힌 결과 반기업정서와 정책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그 단적인 예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장이다. 즉 우리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못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최근 외국계 금융기관이나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를 만나 물어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문제라기보다 컨트리 리스크이고,공공부문의 비효율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고 한다. 기업가치가 아무리 뛰어나도 컨트리 리스크를 상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하나의 예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의 도입 시도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라는 도입 취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가 기업에 대한 과거의 잣대를 가지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회계투명성 제도는 강화된지 불과 2∼3년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제도는 아직 시행조차 안된 상태다. 충분한 시행경험 축적과 평가 위에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 앞으로 남은 1년은 지난 4년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제는 시장을 통한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그 간에 도입된 제도를 면밀하게 점검하여 구조개혁 작업을 원활하게 마무리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합리적이거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위배되는 제도는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주주대표소송제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제도를 국제적 추세와 우리현실에 맞게 합리화하는 일,통합도산법 등 부실기업 퇴출시스템을 정비하는 일,금융기관의 민영화와 금융인프라를 개선하는 일,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개선하고 결합재무제표를 현실적으로 보완하는 일 등은 하나하나가 우리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외환위기 탈출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한 기업의 구조개혁은 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미래 지향적 정책기조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제는 기업개혁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때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