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인 개인용 검퓨터(PC)제조업체인 삼보컴퓨터는 작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2000년 4조원대였던 매출은 2조6천억원대로 34%나 급감했고 경상이익은 68% 이상 줄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소비위축,특히 PC수요 급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년 4.4분기에 삼보컴퓨터가 보여준 실적은 모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매출은 전분기보다 92.7%나 급증했고 3.4분기 78억원였던 영업적자가 4.4분기엔 2백80억원의 흑자로 전환됐던 것이다. 윈도XP와 펜티엄IV CPU 등이 탑재된 신규 PC 출시에 따라 민간부문 위주로 PC수요의 반등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작년말 강한 회복을 보여준 PC경기는 올 1.4분기에도 호조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3월 해외 PC주문대수는 최소 28만대로 1월과 2월의 각각 24만대와 21만대보다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 1.4분기 PC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25.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4.4분기에 2000년 3.4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수요성장을 보여준 미국 PC시장의 회복 영향으로 PC수출도 올 1.4분기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될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대우증권 김태홍 연구원은 "현재 PC수요를 견인하는 것은 가정용이지만 PC교체주기와 맞물려 있는 기업용PC 수요도 올 하반기부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마진이 좋은 노트북PC의 매출비중이 늘고 있는 반면 CPU 등 주요부품의 가격회복은 아직 미미해 매출원가율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작년 실적악화의 또 다른 주범이었던 영업외손실도 올해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보컴퓨터는 작년에 PC경기 부진에 따른 매출채권처분손실 2백34억원과 지분법평가손실 1백79억원 등을 부담,경상수지가 크게 악화됐다. 올해도 2004년까지 분할해 반영되는 나래앤컴패니의 지분법평가손실과 BW(전환사채)의 주식전환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두루넷에 대한 지분법평가손실이 예상되지만 작년보다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영업외비용과 함께 삼보컴퓨터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부실 계열사 지원문제도 작년 트라이젬아메리카에 대한 증자참여를 끝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삼보컴퓨터의 매출액은 3조~3조3천억원 가량으로 전년대비 26%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보수적으로는 6백억원,많게는 7백억원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형적인 턴어라운드(turn-around)형 종목의 실적개선 추이를 그릴 것이라는 얘기다. 주가전망에 대해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별로 다소 엇갈리는게 사실이다. 보수적인 견해는 실적호전은 분명하지만 작년 3.4분기 이후 삼보컴퓨터의 주가가 3백% 이상 급등해 추가상승 여력이 소진된 상태라고 지적한다. 작년 3~4분기 5%를 상회했던 외국인지분율도 올들어 3.8% 안팎으로 줄어든 점도 부담이다. 낙관적인 견해는 PC업황이 민간수요만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왔는데 올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PC교체로 이어질 경우 대표 PC메이커에 대한 주가 프리미엄은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후자는 과거 PC경기 회복국면의 PER수준인 20배를 적용,2만원 언저리까지의 추가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