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성화와 십자가상,감실,제대 등 성물(聖物)의 토착화를 위해 국내 작가들의 창작 성(聖)미술품만 상설 전시하는 화랑이 최근 문을 열었다. 서울 중림동 가톨릭출판사 1층에 마련된 가톨릭화랑이다. 성당마다 외국산 성 미술품으로 가득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가톨릭출판사가 연 7천만원 이상의 임대 수입을 포기하고 실평수 54평 넓이의 화랑을 개관한 것.운영은 5백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서울가톨릭미술가회가 맡기로 했다. 화랑관장을 맡은 가톨릭출판사 사장 박항오 신부는 "국내 가톨릭 예술가들에게 성화·성물을 창작할 기회도 주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성당을 꾸몄으면 하는 생각에서 화랑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박 신부가 이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성당과 가정에서 쓰이는 성화와 성물의 대부분이 이탈리아에서 수입됐거나 모조품이기 때문이다. 십자가상 하나에 몇천만원,감실 하나에 1천만원 이상 호가하는 수입품을 쓰고 있지만 성당 건물과의 조화나 예술성이 없는 '상업적 제품'에 불과하다는 것.각 성당의 성물방에서 파는 성물 역시 아무런 검증 없이 외국산을 복제한 게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국내 작가들의 성 미술품은 훨씬 싸면서도 예술성을 갖춰 활용 가능성이 높다. 가톨릭화랑은 개관기념전으로 '제29회 서울가톨릭미술가회전'을 지난 25일 개막,전시중이다. 이밖에 부활절(4월) 성모성월(5월) 예수성심성월(6월) 순교자성월(9월) 등 교회력에 맞춘 기획전과 원로작가 초대전(7월) 명품전(8월) 등을 연중 마련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