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형도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히 크다. 경영 능력과 연륜이 뛰어날 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충성심에서도 그를 따라올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73년 제일합섬으로 입사해 30년 가까이를 삼성에서 보냈다. 입사 4년 만에 그룹 비서실로 발령받아 10년간 비서실에서 이병철 전 회장의 의전을 담당했으며 삼성전자 반도체 마이크로팀장을 거쳐 93년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재직해왔다. 샛길 없이 대로만 따라 승진을 거듭한 보기 드문 케이스다. 대표이사 사장 시절부터 삼성이 회장단을 위해 특별 제작한 고급형 SM5 승용차 'SM530L' 7대중 하나의 주인이었다. 화려한 경력 뒤에는 삼성의 경영방침과 정확히 궤를 같이하는 가치관이 내재돼 있다. 빈틈없는 조직운영과 철저한 자기관리는 측근들이 이 부회장을 묘사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병철 전 회장이 추석 때 회사로 전화를 하면 이형도 전 비서팀장이 받았다는 에피소드가 보여주듯 그룹 내에서 '3백65일 일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비서팀에서 함께 근무한 한 임원은 83년께 새해 첫날 서류 가지러 회사에 잠깐 들렀는데 당시 이사였던 이 부회장이 먼저 출근해 있었다는 기억을 들려줬다. 그럼에도 주위에서 '너무 유난을 떠는 게 아니냐'며 곁눈질로 보는 사람이 없고 '애사심이 몸에 밴 진정한 삼성맨'이라고 평가해 주는 것은 그의 원만한 인간성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