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0:24
수정2006.04.02 10:26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동안 정중동(靜中動) 상태였던 은행권 재편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질 전망이다.
경제계의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다.
대기업그룹의 은행 인수 여부와 대형화를 겨냥한 은행간 짝짓기의 향방이다.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합병 국민은행 출범 등으로 대형화의 유혹을 받아 왔던 신한-한미, 하나-제일은행 등간 합병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은행 처리 역시 우량 은행과의 합병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표류하고 있다.
◇ 주춤해진 은행권 합병 논의 =지난해 말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조만간 합병 은행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후 신한-한미, 하나-제일은행간 합병설이 금융계에 퍼졌다.
실제로 이들 은행은 합병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확인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국민은행 및 우리금융지주회사 출범 등 금융계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특히 뉴브리지캐피털(제일)과 칼라일펀드(한미) 등 외국계 대주주들이 합병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요즘 들어 그런 움직임이 쑥 들어간 상태다.
가격 및 조직인수 문제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것이 첫째 원인이다.
현 정권의 잔여 임기가 1년도 안남으면서 은행 대형화를 유도했던 정부의 입김이 약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미은행과의 합병 논의에 대해 "진척된 사항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하나은행과 제일은행간 논의는 여전히 물밑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타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제일은행이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합병을 앞둔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지만 두 은행은 합병임박설을 모두 부인했다.
◇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이뤄질까 =이 금감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합병은 둘보다 셋이 낫다"며 "우량 은행간 합병 후 서울은행 문제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은행을 기업에 파는 방안은 여전히 후순위에 머물고 있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희망인 신한-한미, 하나-제일 조합이 성사될지 의문인 데다 이들 은행이 서울은행 합병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변수다.
재정경제부측에서는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기업컨소시엄에 대한 서울은행 매각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되는 은행법에 따라 제한적이지만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된 것도 서울은행의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는 요인이다.
현재 동부그룹과 동원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기업매각 방안 역시 특혜 시비의 가능성과 정권말기의 권력누수 현상 등을 감안할 때 쉽사리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