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계획(WFP)은 대북 식량지원을 둘러싼 전용논란을 차단하고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쌀지원을 축소내지 자제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네바 주재 WFP 연락사무소의 크리스티안 베르티옴 대변인은 27일 연합뉴스와전화인터뷰를 통해 공여국들의 약속 불이행으로 대북 식량지원 중단사태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설명하는 가운데 WFP가 대북 식량지원의 우선 순위를 쌀 대신 밀과 옥수수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베르티움 대변인은 "북한측이 가장 중요한 곡식인 쌀을 선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WFP는 가급적 북한에 쌀을 제공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베르티움 대변인은 WFP의 대북 쌀지원 축소 방침 배경을 묻는 질문에 "WFP를 통해 지원되는 식량은 필요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되고 있지만 (북한당국에 의해) 전용될 수는 여지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면서 "북한도 자체적으로 충분한쌀을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르티움 대변인은 또한 "밀과 옥수수의 경우 쌀에 비해 선호도가 낮기 때문에지원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주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WFP의 쌀지원 축소방침이 북한의 식량배급 투명성 제고와관련이 있음을 분명히했다. 앞서 장 지글러 식량권 담당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4월 유엔인권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90년대들어 심각한 기아에 빠져 있는 북한을 위해 WFP와 여러 NGO들이 엄청난 노력을 경주해왔으나 대북 지원식량의 대부분이 군부와 정보기관, 정부에 의해전용되고 있다는 것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WFP는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삭제를 요청했으나 지글러 특별보고관은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 요청을 거부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캐더린 베르티니 WFP사무총장은 지글러 특별보고관의 보고서가 유엔인권위와 유엔경제사회이사회를 거쳐 유엔총회 공식문서로 배포되자 코피 아난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으며, 북한도 제네바대표부 명의로 지글러 특별보고관에게 항의서한을 발송, 삭제를 공식 요청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