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42전43기' 정상 도전..뇌성마비 오대규 사장 '인간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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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인인 오대규씨(30)는 또다시 모바일게임 소개자료를 챙겨 서울 강남에 있는 미국계 창투사를 찾아 나섰다.
투자를 받기 위해 이렇게 매일같이 창투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지 벌써 7개월째였다.
계단 하나 오르는데도 진땀에 젖어야 하는 그는 이미 41개 창투사로부터 퇴짜를 맞고 42번째 회사에 투자를 요청하러 나서는 길이었다.
얼굴이 가끔씩 일그러지는데다 손이 오그라져 악수하기조차 어렵지만 그는 모바일게임 부문에 투자받아 창업을 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성진빌딩 10층에 있는 이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담당자는 말 걸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불쑥 내뱉었다.
"이 따위 쓸모없는 솔루션으로 3억원씩이나 투자해달라니 정말 정신나간 거 아냐"
담당자는 빈정대는 말투로 코웃음을 쳤다.
오대규씨는 그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고 말았다.
"투자해 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왜 빈정대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러나 이젠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7개월동안 쌓였던 울분이 한꺼번에 북받쳐 로비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이내 눈물을 닦으면서 또 다시 일어섰다.
"그래, 계란으로 바위치기야.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바위만 깨면 될게 아닌가"
그는 43번째에 드디어 계란으로 바위를 깨고야 말았다.
현대기아벤처플라자로부터 투자를 얻어낸 것이다.
이번엔 너무 기뻐 또 울음을 터뜨려야 했다.
이 씨앗돈으로 그는 지난 2000년 7월 서울 서교동에서 주식회사 노리넷을 창업했다.
이렇게 어렵사리 창업한 노리넷이 올들어 급부상하고 있다.
1년반의 개발기간을 거쳐 휴대폰용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을 출시하자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KTF를 통해 공급하는 '루나리스가-영웅탄생'이란 이 게임은 판타지소설형 게임으로 한편을 즐기고 나면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미 유무선 연동 게임인 '트레저 헌터'는 대만 TIC에 수출했으며 이 회사가 상품화한 '나이스빳다'와 '야시장'은 국내에서만 3억원어치나 팔려 나갔다.
서울대 및 KAIST 출신 연구원들이 독특한 모바일 솔루션을 계속 개발해 내고 있다.
덕분에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주는 SMS는 한강성심병원 등 병원으로부터 수요가 밀리기 시작했다.
이런 첨단 솔루션을 사업화해 급부상한 사람이 선천성 뇌성마비인 오대규 사장이란 사실을 알면 누구나 당황해 한다.
왼쪽 한 개의 손가락으로만 컴퓨터 자판을 칠 수 있는 그가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둬냈을까.
그는 성공비결에 대해 '끝없는 도전'이라고 대답한다.
특수학교를 가지 않고 어머니가 가방을 들어다줘 일반 초.중.고를 졸업한 것이나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해 5수를 하다 서강대를 수석입학한 것 등이 모두 그렇다고 한다.
대학때 독특한 투자게임이론을 개발해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던 그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첫 입사한 직장은 더욱 놀랍다.
보험회사인 AIG에 들어가 영업사원을 자청한 것이다.
말이 어눌한데다 가방 하나도 들고 다니기 힘든 그가 보험사 영업사원이라니.
보험사측에서도 처음에는 어이없어 했지만 그는 6개월만에 최고의 실적을 쌓아 팀장으로 승진하는 쾌거를 올렸다.
다시 세계적인 자산관리시스템 개발에 도전한 오 사장은 "바위에 깨져 널브러진 계란의 고통을 아십니까"라고 묻는다.
그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은 도전하고 또 도전해 바위를 깨는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악문다.
(02)325-5970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