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은 이재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함으로써 3세 경영체제로 들어섰다. 삼성가(家) 기업이 3세 체제로 전환되기는 조동길 회장(고 이병철 회장의 맏딸인 이인희 고문의 3남) 체제를 갖춘 한솔에 이어 제일제당이 두번째다. 제일제당은 그동안 손경식 회장(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이 이끌어왔다. 이 회장은 그 아래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경복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이 회장은 83년 씨티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85년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대리 과장 부장등을 거친 뒤 삼성전자로 옮겨 93년에 이사로 승진했다. 93년에 상무로 제일제당에 복귀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부사장,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쳐 회장에 선임된 것. 제일제당이 그를 회장에 선임한 것은 경영수업을 받을 만큼 받은데다 경제상황이 '오너'의 강한 추진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회사는 발표문에서 "구조조정 작업이 성과를 보이고 지속적 성장 발판 구축을 위해선 보다 강한 추진력이 필요해 이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에 말단직원에서부터 CEO(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직급에 관계없이 이름 석자에 '님'자만 붙여 부르는 호칭파괴와 복장자율화, 플렉서블 출퇴근제 등 창의경영을 시행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재계 관계자들은 3세 체제를 맞은 제일제당 그룹이 앞으로 대주주 책임경영을 강화하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업무만 손 회장에게 맡기고 나머지 내부 사업관리와 전략업무 등을 총괄하는 이 회장이 제일제당 그룹에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이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