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위성방송이 시작됐다. 다채널 다기능을 특징으로 한 위성방송의 개시는 방송은 물론 가전ㆍ통신ㆍ콘텐츠 산업 전반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위성방송의 조기정착을 위해선 수신기 공급,지상파 재송신,콘텐츠 차별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방송이 시작됐는데 가입자에게조차 셋톱박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5월 중순까지 모두 설치한다는 계획은 물론 하반기에 시행하기로 한 쌍방향데이터방송 서비스에 필요한 셋톱박스 개발도 차질이 없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상파TV 재송신 문제도 하루속히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지역방송 및 케이블TV와의 갈등으로 MBC와 SBS를 재송신할 수 없는 상태로 출발했지만 예약가입자의 상당수가 이들 지상파TV 재송신을 원하는 난시청지역 주민인 만큼 빠른 시일안에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방송의 조기정착을 위한 관건은 경쟁력있고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라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데이터방송 등 첨단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부가서비스는 부가서비스일 뿐 주수요는 기존 TV와 다른 화면을 보겠다는 욕구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력과 시설로는 위성방송에 필요한 2만시간의 새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지만 그렇다고 값싼 해외프로그램에 의존할 경우 국내방송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독립프로덕션을 활성화하고 인력을 양성,우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쌍방향 데이터방송을 위한 장치 및 법적 근거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방송법에 별도 규정이 없는 현상태로 데이터방송을 본격화할 경우 전자상거래 등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될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영화 스포츠 드라마 등 오락채널 외에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공익적 성격의 채널 신설도 고려해야 마땅하다. 3백만∼4백만원인 디지털TV 가격 인하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위성방송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일대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위성방송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5년 뒤면 관련산업 파급효과가 6조8천억원,고용창출 효과는 6만2천여명에 달할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제대로 운용되지 않을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계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TV 실패로 1조원의 국가 손실이 발생했지만 위성방송이 실패할 경우 3조∼4조원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