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초대형 상업은행들도 '텔레콤' 투기열풍을 비켜가진 못했다.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시티그룹,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등 대형 은행들은 3천2백억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통신업계에 투자했다. 그러나 통신산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업계는 수십억달러의 손실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28일 글로벌크로싱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한때 잘나가던 유망 벤처기업이었으나 이미 망해버린 360네트워크스 텔리전트 윈스타와 같은 회사들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됐다. 이 4개 통신업체들은 J.P.모건과 시티,BOA등에 52억5천만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유망하던 통신업체중 상당수는 최근 파산했거나 심각한 금융문제를 안고 있다. 45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XO커뮤니케이션스는 채무재조정을 위해 채권은행과 협의중이다.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은행들의 손실규모는 10년전처럼 1천5백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은행들이 10년전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불행중 다행이다. 또 대출영역도 다변화돼 있어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통신업계에 빌려준 수십억달러의 채무를 손실로 털어내야 한다. 이에 따라 대형 은행들의 향후 수익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됐다. 글로벌크로싱의 채권은행들에 대한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글로벌크로싱을 매입키로 한 허치슨 왐포아와 싱가포르텔레콤이 채권은행들에 얼마나 줄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96년 제정된 미국 통신법으로 이 법이 제정된 후 기관투자가와 은행들은 그동안 1조3천억달러를 신생 벤처기업들에 대출해 줬다. 이들 신생업체 가운데는 글로벌크로싱도 끼어있었다. 이 회사는 특히 주목받았는데 창업자인 게리 위닉이 월가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채권은행의 장밋빛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매년 75%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인터넷트래픽이 수백개의 인터넷기업들이 연달아 쓰러지면서 30∼40% 증가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인터넷망 설비업체들엔 재앙과 다름없다. 쌓여가는 부채를 견디지 못한 통신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졌고 살아남은 업체들도 부채를 막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리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