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美 철강노조의 부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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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2시 워싱턴DC 백악관 앞 공원.
4천∼5천명은 될 듯한 철강근로자들의 함성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라"
"철강노동자를 살려달라"
연사가 구호를 외칠 때마다 근로자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로 호응했다.
이들은 6일로 예정된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정부의 수입규제조치 발표를 앞두고 백악관을 압박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철강회사가 많은 웨스트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등에서 노조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왔다.
어린아이들까지 데려온 근로자들도 적지 않았다.
백악관 주위나 의사당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경우는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고성능확성기 등을 동원해 떠들썩하게 벌이는 데모는 드문 일이다.
한국 등 철강수출국들이 값싼 철강을 너무 많이 실어내는 바람에 미국 철강회사 31개가 문을 닫았고,남은 회사의 10만 근로자도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이날 모인 근로자들의 주장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언수위도 높아갔다.
"경제테러(수입폭증)를 중단시켜라"
"철강산업이 살아야만 공화당(집권당)도 살 수 있다"
섬뜩한 용어들에선 정치색깔이 짙게 풍겼다.
한 근로자는 수입규제조치를 최종 결정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0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도 철강산업이 밀집한 주에서 나온 표가 부시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품목별로 15∼40%의 관세를 물릴 것을 건의해 놓은 상태다.
"오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디애나주에서 14시간을 달려왔습니다.
40% 관세가 아니면 파멸입니다.
20% 안됩니다.
30%도 안됩니다"
근로자들은 계속 40%를 연호했다.
근로자들의 실력행사와 정치적인 득실을 고려할 것인지,아니면 자유무역의 기본정신과 교역상대국의 입장을 존중할 것인지 오는 6일 부시의 선택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