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일 < 한빛은행 강동기업본부 지점장 > 신용카드 남발과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편중 등의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빚을 제때에 갚지 못하는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작년10월말 현재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비자파산 신청건수는 5백72명으로 지금까지 최다였던 99년의 5백3건을 넘어섰다. 특히 신용카드 불량자는 2001년 10월말 현재 2백80만명을 넘어섰으며,서울지법 파산과에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의 70∼80%가 신용카드로 인한 불량자라는 사실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정부는 개인파산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개인갱생절차'를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개인갱생절차는 개인파산절차를 크게 간소화하는 한편 파산선고 없이도 채권자와 협의해 개인의 부채를 단계적으로 갚아 나가는 제도를 말한다. 개인갱생절차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다음의 방안들이 병행돼 실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개인갱생제도는 미국연방파산법 제13장을 모델로 하되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싶다. 제13장은 담보부채무 75만불이하,보증부채무 25만불이하의 부채를 진 채무자 중에서 정기소득이 있는 사람만이 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도 개인갱생절차를 모든 개인들에게 무조건으로 허용할 것이 아니라 담보여부 및 월수입가능 여부 등을 고려,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둘째 미국의 CCCS(소비자신용상담기구)와 같은 민간기구를 설립해 파산에 직면한 개인들을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CCCS는 파산에 직면한 소비자들에게 수입을 기초로 채무변제 계획안을 수립하고 은행과의 채무변제협상을 대행해 주며 매월 변제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셋째 일시적으로 파산에 직면한 개인들에게 기금으로 파산을 면하게 해주는 파산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CCCS와 같은 민간기구에서 사전에 엄격히 기준을 정하고 심사하고 그 자료를 정부와 상호 공유하게 되면 효율적이라고 본다. 또한 파산기금의 관리에 대해서는 법원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한다면 부작용이 없다고 본다. 만약 재원이 부족하다면 현재의 실업기금을 확충해 그 일부를 파산기금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괜찮을 것 같다. 넷째 파산법원의 설립문제이다. 앞으로 개인갱생제도가 도입되면 개인파산 신청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이 많은 개인파산신청을 누가 담당한다는 말인가. 현재의 법원 파산과 판사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통상 1∼2년 주기로 순환 근무하는 현재의 법관운용제도 비추어 보면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흔히 파산법원이라고 할 때에는 미국의 파산법원(Bankruptcy Court)을 말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의 파산법원은 연방지방법원에 속한 하나의 부(部)를 지칭하는데 불과하며 미국 파산법원의 판사는 통상의 일반법관이 아니라 특별히 파산사건을 담당하기 위해 임용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지위가 일반법관보다도 낮다는 것이 특색이다. 미국의 파산법원을 모델로 삼아 각 분야 전문가(은행원 공인회계사 대학교수 등) 중에서 엄선해 파산법관으로 참여시키는 형태로 파산법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