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로 통했던 김호영(42) 기가텔레콤 사장은 최근 담배를 끊었다. 금연 바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기업들의 싸움터인 휴대폰 시장에서 살아남으면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가텔레콤은 공장 없이 휴대폰 제조기술을 팔아 살림을 꾸려간다. 그런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술력으로 승부한다=기가텔레콤의 경쟁력 원천은 기술력이다. 이 회사 직원 1백42명 중 1백10명이 연구원이다. 또 연구원 가운데 30%는 동종업계 5년 이상 경력자다. 김 사장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모토로라코리아 연구소장,팬택 전무 등을 지냈다. 이같은 경륜을 바탕으로 기가텔레콤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질주하고 있다. 다만 각기 다른 풍토에서 일해온 연구원들을 융화하는 일이 과제다. 기가텔레콤은 이를 위해 여러 회사의 장점을 골고루 채택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일부 연구비를 자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제도는 노키아에서,가족 구성원까지 보험혜택을 주는 제도는 모토로라에서,프로젝트마다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삼성전자에서 따왔다. ◇해외에서 인정받는다=기가텔레콤의 모든 매출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중국 동방통신과 제휴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휴대폰을 공급할 예정이다. 브라질 페루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남미지역에는 부품을 팔아 현지 업체가 휴대폰을 조립해 판다. 기가텔레콤은 올해 중국과 남미지역에 각각 10만대 이상의 휴대폰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말기 판매는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단말기 개발용역도 30%의 매출을 구성한다. 세계 유수의 휴대폰 업체들도 때로는 단말기 개발을 외주로 해결한다. 기가텔레콤은 올해 한 일본업체와 단말기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 20%의 매출은 CDMA모듈에서 나온다. CDMA모듈이란 휴대폰에서 액정화면과 배터리를 뺀 나머지 본체 부품이라고 보면 된다. 이 모듈은 개인휴대단말기(PDA) 원격검침기 차량용항법장치 등에 폭넓게 사용되며 호주 일본 베네수엘라 등지에 수출되고 있다. 이같은 매출구조를 바탕으로 기가텔레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백95억원이었던 매출이 올해는 5백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 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공장이 없어 재고 부담이 전혀 없고 고정자산 투자비도 들지 않아 항상 가볍게 몸집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차세대 기술로 성장한다=기가텔레콤이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의 경우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한 분야에만 의존할 경우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고속 데이터통신과 텔레매틱스를 꼽고 있다. 고속 데이터통신과 관련,현재 상용화된 2.4㎓ 대역의 무선랜 서비스에서 진화한 5.8㎓ 대역의 무선랜 부품 개발을 추진중이다. 또 외국 자동차 회사와 제휴,차량 안에서 인터넷 접속을 가능케 하고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낼 수 있는 통신관련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