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왕건'을 2백회나 쓰다보니 솔직히 좀 징그러웠어요. 얼마전부턴 "태조왕건"과 "제국의 아침"을 함께 집필해야 했지요. 그러다보니 "태조왕건"의 마무리 부분이 소홀했던게 아닌가 생각돼 아쉬움도 남습니다. 무엇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출연진과 제작진에 감사드립니다"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KBS 대하사극 "태조왕건"의 작가 이환경(52)씨는 "태조왕건" 속편격인 "제국의 아침"의 극본도 맡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방송되고 있는 "제국의 아침"은 왕건이 죽은 뒤 왕자들과 호족들간의 대결,정종과 광종이 권력을 잡으며 고려제국의 기틀을 마련하는 과정 등이 주요내용을 이룬다. "모두 1백회 방송될 예정인 "제국의 아침"은 광종 때의 역사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서 걱정입니다. 고려 초반을 연구한 논문도 50여편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논문들을 근거로 여러가지 역사적 상황을 재구성해 흥미있게 풀어나가겠습니다" 이 작가는 태조 왕건을 집필하는 동안 관련 역사서는 물론 5백편이 넘는 논문들을 읽었다고 말했다. "'태조왕건'은 삼국간의 통일전쟁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스케일이 크고 동적이었던 반면 '제국의 아침'은 권력을 놓고 펼쳐지는 사건들이 주된 소재라 다소 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들을 치밀하게 배치시켜 시청자들이 사극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 작가는 특이한 글쓰기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구술하면 제자가 컴퓨터로 받아치는 방식이다. 그는 마치 연극배우처럼 자신이 직접 그 인물이 돼 대본을 부른다. "아무리 컴퓨터 자판을 익히려 노력해도 분당 1백50타 이상 치지 못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본을 구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는 다른 작가들보다 3~4배는 빨라요. 오전 8시에 시작해 낮 12시30분 정도면 1회분 대본을 탈고합니다" 이 작가는 오는 7월부터 방송될 예정인 SBS "야인시대"도 함께 집필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