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이미 경기침체 국면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다소 성급한 단정을 할 정도다.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처럼 빠른 경기회복세는 9.11 테러이후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던 미국경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성장전망치를 5%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인 우리경제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 상무부가 엇그제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1.4%는 당초 발표됐던 잠정치 0.2%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0.9%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이는 자동차를 비롯한 민간소비가 연율기준으로 6%나 증가한데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덕분에 정부지출 역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이사회(FRB) 의장조차 미국경제가 곳곳에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을 2.5%~3%로 예상할 정도로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 물론 미국경제가 이대로 순조롭게 회복할 것이냐는 점에 대해 유보적인 의견도 없지는 않다. 증가세가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실업률이 높은데다, 경기회복의 견인차인 민간소비 증가가 높은 가계부채 부담과 증시약세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는 그린스펀 의장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장기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경제의 '3월 위기설'이나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원유값이 급등할 가능성 같은 외생적인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미국 FRB가 금리인상에 소극적인데다 일본정부도 2조엔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 매입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 잘 대처하고 있어 경기회복세가 다시 주저앉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이같은 경기회복세가 우리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내수경기 호조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의 핵심변수인 수출과 설비투자가 부진한 점을 우려해왔는데,이제는 국내기업들도 대미수출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본격적으로 설비투자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다만 최근 공공노조 연대파업 사태에서 보듯이 시장자율원칙에 대해 공공연히 도전하는 사태가 되풀이 된다면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허망하게 놓칠 수 있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