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평면회화 사진콜라주 도자기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 작업을 해온 서정국씨(44·계원예술종합대 교수)가 5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17회째 개인전을 갖는다.


'대나무 숲에서'를 주제로 대나무 이미지를 변조한 철조각과 드로잉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서씨는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에서 귄터 위커(Guenter Uecker)에게 사사했다.


그의 작품은 쾰른아트페어 출품 등을 통해 독일을 포함한 유럽 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서양적 소재로 동양적인 명상의 세계(대나무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씨는 스테인리스 스틸 봉을 용접해 대나무의 형상을 만들어 낸다.


군락을 이룬 수직 조형물들은 대나무 밭의 느낌을 전해준다.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차가운 소재를 이용해 자연의 숨결을 노래하고 있는 셈이다.


수직 조형물 가운데 하나를 가볍게 건드리면 미세한 음의 파동이 서서히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마치 현악기 줄의 공명을 듣는듯한 느낌을 준다.


경남 밀양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고향의 대나무 숲에서 푸른 대 바람 소리를 들으며 놀던 기억을 선조(線彫)라는 현대적 기법으로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나무 군락 구조물이 자연 이미지의 재현이라면 식물 덩굴처럼 원형으로 뒤엉킨 곡선 형태의 '생명의 줄기' 연작들은 인과와 윤회의 고리를 떠오르게 한다.


시작도 끝도 없이 매듭으로 이루어진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15일까지.(02)549-7574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