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스타일'이 소비 트렌드의 강력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키덜트(Kidult)'는 '키드(kid;어린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 '아이같은 어른'으로 풀이되는 키덜트는 성인이지만 어린이 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소비계층을 말한다. 동심으로 돌아가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거나 인생을 재미있게 살려는 성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키덜트 스타일의 상품이 쏟아져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캐릭터 의류가 연령층에 관계없이 폭넓게 인기를 얻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곰캐릭터의 캐주얼 의류 '티니위니'는 당초 20∼23세의 대학생을 타깃으로 했으나 이제는 2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 30대를 훌쩍 넘긴 중년층까지 매장을 방문할 정도다. 주 아이템은 가슴에 큼지막한 곰둥이가 그려진 조끼와 티셔츠,남방 등.성인의류 매장이지만 키덜트의 취향에 맞춰 매장도 곰인형을 테마로 '동화속 작은집'같이 꾸며놨다. 키덜트족의 가세에 힘입어 티니위니의 매출은 기대 이상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5월 문을 연 코엑스 매장은 첫 해 월 평균 5천만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액이 지난해엔 1억5천만원대로 뛰어올랐다. 홍보팀 김용범 과장은 "원하는 제품이 없을 때 본사에 전화해 언제쯤 제품이 들어올지를 묻는 고객도 하루에 십수명에 이른다"고 밝힌다. 현재 이대 강남 명동 코엑스 등에 매장을 둔 티니위니는 지난해 매출 40억원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백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여성골퍼들이 '디즈니골프''MU스포츠''블랙앤드화이트''먼싱웨어'처럼 미키마우스 강아지 고양이 등의 동물캐릭터가 그려진 캐릭터 골프웨어를 즐겨입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날씬한 성인여성들은 아동복 중 가장 큰 사이즈인 12∼14세 옷을 입기도 한다. 휠라키즈,아놀드파마 주니어 등 주니어복 매장에서 이제는 '다 큰' 여성고객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화장품쪽에서도 키덜트풍의 확산을 확인할 수 있다. 호주 '블룸'이나 미국 '스텔라' 등 케이스에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소녀 취향의 화장품이 빠르게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블룸 홍보를 맡고 있는 홍보대행사 케이스의 유정은 실장은 "고객 중 95% 이상이 성인 여성"이라고 전한다. 거리에는 자동차나 휴대폰을 '헬로키티''마시마로''아기곰 푸' 등 캐릭터로 알록달록하게 치장하는 어른들이 깔려있다. 키덜트 스타일은 '복고풍'의 인기도 함께 부추기고 있다. 쫀드기,아폴로,뽑기 등 80년대 초반 문방구점을 휩쓸었던 '불량식품'이나 구슬,콩알탄,큐빅퍼즐,스카이콩콩,부루마불 등 현재의 청·장년층이 어린시절 즐겨놀던 놀이기구들이 인터넷 매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철들길 거부하는 어른'의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아병적인 현상인 '피터팬 신드롬'과는 다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오리콤의 브랜드전략연구소는 "동심이 깃든 상품을 소비하면서 각박한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편 정서를 안정시키고 재미와 유쾌함을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허원무 연구원)은 20∼30대 키덜트족을 겨냥한 상품을 올해 유망 히트상품으로 꼽고 있다. "전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개발하기보다 세대별,계층별로 인기를 끌 수 있는 마케팅에 주력해야 한다"며 키덜트가 중요한 소비계층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게 연구원측의 분석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