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경제스파이법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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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바이오 밸리'.이는 미국 현지에서 한국 바이오기업들의 공동연구 수행,마케팅 등을 지원할 거점의 명칭이다.
샌디에이고에 위치할 예정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처음 제안했고 아직은 계획단계에 있다.
최근 배포된 미국 방첩국 보고서는 이 계획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이 미국의 바이오 하이테크 기술을 노린다" "뒤에는 한국정부가 있다" "한국정부가 실리콘밸리에 세웠던 정보기술 거점과 유사해 보인다"….한마디로 산업스파이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의회보고용 연례 방첩보고서에서 미국의 기술을 노리는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바 있다.
대만 일본 한국 중국 인도 이스라엘 프랑스 등이다.
외국인 투자는 환영하면서도 기술 유출을 막는다는 것은 미국의 기본원칙이다.
기술혁신의 과실은 어떻게든 미국 내에 최대한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한 기술 유출은 그 자체로 법적 제재가 가능한 데도 외국정부에 겁을 주는 '경제스파이법'까지 만든 속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스파이법의 첫 적용대상은 재작년 대만 기업인이었다.
작년에는 일본의 정부연구소 관계자들이 그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어디일까.
미국이 내린 산업스파이 개념상 외국정부나 이의 지원을 업은 외국기업의 활동은 일단 요주의 대상이다.
정부의 산업정책적 개입 정도라든지 정부와 기업간 유대관계가 강하다고 여겨지는 국가는 무조건 오해받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만 일본이 차례로 걸려든 것이 우연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이번 바이오 밸리건의 경우 미국의 시각이 황당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도 아니고 민간 경제단체가 제안한 것인 데다 정부가 일부 지원한다고 해도 사업내용 자체가 미국이 의심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웬 색안경일까.
한국정부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대만이나 일본과 다르지 않은 탓이 너무 크다.
게다가 불행한 것은 우리 정부도 한몫했다는 점이다.
온갖 공식적인 정책계획에 이것을 재탕 삼탕으로 집어넣고,또 생색은 얼마나 내고 다니는지.경제스파이법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인 법이다.
그리고 지금은 시기도 좋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얻은 것도 없이 막대한 유ㆍ무형 손실만 볼 수 있다.
정부부터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