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외화금리의 국제기준이 되는 새로운 지표인 사이보(Sibor) 금리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이보는 'Seoul inter bank offered rate'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서울 시중은행간의 금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서울에서 이뤄지는 모든 외환거래에 적용되는 새로운 금리지표다. 이 지표가 앞으로 도입될 경우 국내 외환시장이 한단계 도약되고 서울이 국제금융센터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논의 배경=일단 가능성을 떠나 사이보 금리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동아시아 지역내에 속한 국가간 금융협력을 위해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통화스와프협정 체결,공동화폐 도입 등을 논의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중간자의 위상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 런던 시중은행간 금리인 리보(Libor)금리를 사용해 왔다. 최근까지도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리보금리에 자금조달 기업의 위험요인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여 조달금리로 잡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올들어서는 유로화가 제대로 정착되고 미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대신 국제금융시장에서 런던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짐에 따라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도 많이 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럽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 리보금리뿐 아니라 유로랜드내 시중은행간 금리인 유리보를 사용한다.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에는 3개월 재무부 증권수익률에 가산금리를 붙여 조달금리를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갈수록 국제금융시장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도입의 전제조건=최근 논의되고 있는 사이보 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하나는 국내 외환시장이 최소한 아시아 외환시장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인식 차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띠어야 한다. 특히 사이보 금리가 아시아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외환금리간의 체계(interest system)에서 기준금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사이보 금리가 아시아 금융시장의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전제조건을 토대로 국내 외환시장의 여건을 점검해 보면 사이보 금리가 당장 도입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국내 외환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올들어 국내 외환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외환규모는 약 20억∼30억달러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아시아 외환시장을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편성 측면에서도 아시아 외환시장 가운데 기존의 도쿄 외환시장이나 싱가포르 외환시장,홍콩 외환시장에 비해 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의 정책과제=앞으로 사이보 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규모부터 늘릴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외환시장의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층적(中層的)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 중에서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능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원화의 국제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특히 원화의 국제화 문제는 현재 동아시아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동화폐 도입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사이보 금리의 도입방안은 지금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국내 외환시장이 국제금융센터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검토돼야 할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사이보 금리를 도입하기 위한 제반 과제들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