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집중점검] '할인점 확장경쟁'..전국215곳 우후죽순 '포화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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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들이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할인점은 IMF이후 급속히 늘기 시작해 2000년에 47개,2001년엔 39개 점포를 새로 문을 열었다.
지난해말 현재 전국의 매장면적 3천평방m 이상 할인점 매장은 모두 2백15개(백화점협회 발간 유통저널 2002년 1월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중소도시에도 할인점은 이미 한두개씩은 들어서있다.
게다가 앞으로 2005년까지는 매년 40-50개의 점포가 새로 문을 열 전망이어서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할인점이 유통업계에 제2 구조개편의 태풍을 몰고올 것이란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한경쟁 실태=출점경쟁은 신세계 이마트,롯데 마그넷,홈플러스,까르푸 등 '빅4'가 주도하고 있다.
회사별로 2005년까지 연간 10개 안팎의 점포를 신설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할인점 업계의 점포 확대추세로 볼 때 2005년 이후에는 점포를 지을 땅이 없을 것으로 보고 그 이전에 점포를 최대한 늘려 경쟁업체를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할인점 업계 선두주자인 이마트는 지난해말 현재 42개(중국 상하이점 포함)인 점포를 올해 57개로 늘리고 2005년에는 8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점포 개설등을 통해 지난해 4조1천4백억원이었던 매출을 2005년엔 11조원으로 2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할인점 시장에선 2위 싸움이 특히 치열하다.
마그넷은 점포를 지난해 24개로 늘려 점포수에서 프랑스계 까르푸를 제쳤으나 홈플러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점포수에서는 마그넷에 크게 뒤지나 지난해 매출은 1조5천억원으로 1조6천5백억원의 마그넷을 근소한 차이로 따라붙었다.
홈플러스는 2003년에 점포 35개에 매출 4조7천억원을 올려 52개점에 4조4천8백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마그넷을 추월하고 2005년에는 매출 10조원으로 이마트를 추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국내 시장규모에 비춰볼 때 할인점은 몇 개가 적정할까.
LG경제연구원은 할인점이 장사가 되려면 상권의 인구가 20만명은 돼야 한다며 2백17개를 포화상태로 보았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15만명 기준으로 2백75개를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 분석대로라면 할인점은 이미 포화상태에 들어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자신들의 추정을 근거로 내년 하반기에는 할인점이 과당경쟁 체제로 진입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수도권의 할인점 숫자는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
LG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를 경우 서울과 경인지역은 각각 37개,56개가 최대 용량이나 실제는 각각 46개,64개가 영업중이다.
특히 직·간접 상권 인구 5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분당신도시에서는 이마트 까르푸 마그넷 킴스클럽 월마트 농협매장 등 무려 8개의 대형 할인점이 경쟁을 하고 있다.
우열도 이미 가려지는 분위기다.
일부 점포는 매각이나 물류센터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할인점 3개 정도면 분당지역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 나머지는 결국 도태될 운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도 41개가 문을 열고 있어 이론적 포화점에 이미 도달했다.
아직 할인점 지을 여유가 있는 것으로 꼽히는 곳은 대구·경북과 강원,제주 정도다.
◇할인점의 손익계산서=대한상의가 지난 2000년 할인점들의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 할인점의 평균 매출총이익률은 14.8%,영업이익률은 0.3%로 나타났다.
1천원짜리 물건을 팔아 영업이익 3원을 남기는 셈이다.
여기서 금융비용을 빼면 순익을 남기는 점포는 거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선두주자 이마트를 제외하고는 당기 순익을 올리는 업체가 거의 없다는 현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세계 유수 유통업체들과 비교해보면 문제는 보다 확연해진다.
세계 1위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 2001 회계연도(2000년2월∼2001년1월)에 매출 1천9백32억달러,영업이익 1백1억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5.2%로 우리나라 할인점의 17배를 넘는다.
올해초 몰락한 K마트도 점포수는 월마트의 3분의2에 달하지만 계속된 적자로 파산에 몰리고 말았다.
결국 국내 할인점 시장에서도 생존의 관건은 '이익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다 출점의 후유증=향후 수년내 유통시장은 제2의 구조개편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때 지방 백화점들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구조재편과 달리 이번에는 할인점이 도화선 역할을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예상되는게 과점화 현상이다.
전국의 백화점시장을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업계 빅3가 장악했듯이 할인점시장에서도 이마트 마그넷 까르푸 홈플러스 등 상위 4개사의 과점화현상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
빅4의 점포수는 지난해말 현재 1백2개로 전체의 47.4%에 그치고 있으나 매출은 모두 8조8천3억원으로 전체의 64.7%를 차置磯?
또 하나의 변수는 월마트와 까르푸.
세계적인 이들 공룡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토종 점포 인수에 적극 나설 경우 국내 제조업계까지 이들 업체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소매시장 장악은 곧바로 협력업체(제조업체) 지배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과다한 출점 경쟁은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과점화가 심화될 경우 유통시장의 균형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