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중남미서 부는 이민 열풍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아르헨티나에서는 요즘 수천명이 비자를 얻기 위해 외국 대사관에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붕괴된 경제로부터 도피하려는 행렬이다.
이들 중에는 1백여전 자신의 선조들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길을 되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르헨티나의 '인력 출혈'은 중남미에 불고 있는 이민 열풍의 단면이다.
정치적인 압제로부터의 도피라기보다는 경제기회의 부족과 자연재해 범죄 폭력 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국을 등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쟁과 실업을 피해 콜롬비아를 떠난 사람은 지난 3년간 60만명에 달한다.
에콰도르에서는 3년간 50만명이 빠져 나갔다.
아이티의 경우 7명중 한명꼴로 이민을 갔다.
사실 이민은 중남미 국가들의 오랜 역사다.
멕시코인들은 50년전부터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기 시작했다.
중남미의 한 때 잘나가던 국가들은 오히려 주변국으로부터 이민자를 끌어당긴 '자석'이기도 했다.
예컨대 아르헨티나는 인접국에서 건너 온 이민자가 1백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이민의 주요 종착지는 미국과 서유럽이 됐다.
새로운 이민행렬은 중산층과 교육받은 근로자를 포함한다.
이같은 두뇌유출은 중남미 국가들이 가장 생산적인 인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킨다.
에콰도르 정부는 1998년 이후 1만명의 교사들이 나라를 떠났다고 밝혔다.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페루인의 70%는 미국에 남고 싶어한다.
이민은 인적자산에 대한 투자의 손실 뿐 아니라 납세자 및 잠재적인 지도자의 손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민 붐은 비록 슬픈 일이지만 이민 영향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해외동포들은 그들의 고국에 가치있는 자산이 되기도 한다.
첫째, 이민이 늘어날수록 고국으로 송금하는 돈도 증가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한햇동안 중남미와 카리브연안 국가들에 송금된 자금은 1백50억달러를 넘는다.
지난 80년 송금됐던 돈의 10배에 해당한다.
실제 송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보내지는 현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소국가의 경우 송금액이 외국인투자나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보다 많다.
최근 들어선 송금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쉽고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되고 있다.
송금액은 미국 등 부국(富國)의 경제상황에 크게 영향받는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남미 근로자들은 9·11테러 이후 고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을 줄였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이들의 소득도 줄었기 때문이다.
송금된 돈은 대부분 식비 주거비 의류비 등으로 지출된다.
중남미 국가들은 이 돈의 일부를 투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민을 가 다국적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일부 고급인력은 자신들의 고국에 외국인투자가 확대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둘째, 근로자의 유출은 고국의 노동력 과잉공급 현상을 해소한다.
중남미 경제블록인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는 회원국 국민들이 인접국에서 더욱 쉽게 일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특히 해외이민 근로자는 해외에서 익힌 첨단기술을 고국에 전수하는 역할도 한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이 글은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Emigration from Latin America:Making the most of an exodu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