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길..李榮善 <연세대 경제학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이어지게 돼 있다.
국민들은 과연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누가 과연 국민경제 또는 개인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러기에 우리는 과거 후보자들의 고향을 물었다.
나와 같은 고향사람이라면 급할 경우 줄이라도 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우리 정치경제의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바로 이것이다.
이념과 정책,그리고 심지어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지도력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출신지역만을 기준 삼아 선거에 임해 온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지역주의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판이 아직 별다른 대안을 가져다 주지 못하고 있다.출신지역 대신에 정책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은 하고 있으나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각종 정책을 전부 분석하고 판단할 능력도 없거니와,또 그러한 수고를 한들 단 한 표를 가지고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후보자들의 정책을 파악하기보다는 후보자의 출신지역 또는 인물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자고 만든 것이 정당정치이다.
정당은 동일한 이념과 정강정책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이 모인 집단이다.
건전한 정당정치가 구축된다면 국민들은 후보자들 개개인의 정책이나 사상을 힘들여 분석함 없이 보다 쉽게 각 정당의 이념 또는 정강정책에 의존해 투표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나라에는 이 정당정치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해 왔다.
정당이 이념과 정책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중심 또는 지역중심으로 형성돼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중요한 이유는 과거 냉전 시대 속에서 우리에게 자유로운 이념적 토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진보주의적이거나 좌경적 이념 또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금기시 됐던 것이다.
다행히 지금 한반도 내에서는 과거와 같은 일방적 반공이념만이 주창되지 않으며,아울러 최근의 민주화 과정은 우리 사회를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이미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정책이 적잖이 채택되게 하고 있다.
특히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소위 남남갈등 문제는 국민들 사이의 이념적 다양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으며,정치인 또는 정당의 이념적 차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남남갈등은 정당의 이념적 차별성을 부각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보겠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치자금을 음성적으로 모금하고 이를 정계에 전달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며,자금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체제에 부합하는 정책을 주창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만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경련의 이러한 변화는 우선 음성적 정치자금을 차단하고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공개적으로 토론하게 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법인세의 일정부분을 정치자금으로 하고 이를 일정비율로 각 정당에 배분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 제도는 음성적 정치자금을 축소한다는 이점은 있으나 국민들의 정책 선호와는 무관하게 편의주의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배정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각자 내는 소득세 내에서 극히 일부를 국민 각자가 스스로 선택하는 정당에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건전한 정당정치를 육성하고 정당의 이념적 차별화를 촉진해 줄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체제하에서 경제를 정치로부터 분리해 낼 수는 없다.
국민들이 선택하는 정치인들이 경제운용의 기본틀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정치인들이 어떤 이념과 정책을 표방하는지를 국민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이념의 다양성을 더 이상 사회적 불안요소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욕구의 표출로 간주하고 건전한 토론의 장을 통해 국민 다수의 합의에 의한 정책이 입안되는 과정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차별화된 이념을 표방하는 건전한 정당정치만이 우리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선호에 부합하는 경제를 이루게 할 것이다.
ys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