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歸農 열풍' .. "벤처.친환경 농업 일궈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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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정철씨(28).
앞으로 3년안에 '귀농'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잡아 놓고 농협중앙회 등 농업교육기관에서 농지를 매입하는 절차를 문의하는 등 귀농 준비를 차분히 해 나가고 있다.
신씨는 4일 "지금 직장생활에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다"며 "고향인 강원도 영월에 내려가서 농업시장 개방을 전후해 농촌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결연하게 말했다.
그는 '벤처형 영농'을 꿈꾸고 있다.
정부가 쌀 개방에 대비해 추진하고 있는 영농규모화사업에 맞춰 농기계 장비의 첨단화 및 농민들에 대한 장비 사용 교육 등의 계획도 세우고 퇴근후엔 학원에서 강의도 듣고 있다.
두살난 딸을 키우고 있는 김운희씨(29.주부.서울 여의도)는 최근 농촌 이주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해 천식으로 고생이 심한 아이의 건강을 위해 공기가 좋은 농촌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김씨는 남편이 서울에서 직장을 계속 갖기를 원하는 점을 감안, 최근 농협에 포천이나 여주에 있는 농가 주택과 약간의 텃밭을 알선해 달라고 인근 부동산업체에 주문을 해놓았다.
대형할인마트에서 농산물 유통을 5년째 맡아온 석모씨(33)도 고향인 강원도 속초로 이주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그는 유통 과정상 최종 소비자와 생산자간 가격 차가 큰 것을 보고 직거래를 실시할 경우 유통 경로를 투명화하는 동시에 지금보다도 높은 소득을 올리는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IMF 경제위기후 잠잠했던 귀농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직장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이들 뿐만 아니라 방송사, 일류대기업 등에서 잘 나가던 사람들도 농촌에서 자신의 비전을 발견하고 농촌을 찾는 등 귀농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의 귀농이 대부분 직장을 잃은 이들의 '생계형'이었던데 반해 최근의 귀농은 '자아실현형'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귀농희망자를 대상으로 오는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농업 및 농촌에 대한 정보와 각종 영농지식을 제공하는 귀농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지난 2일부터 전화와 인터넷 등을 통해 신청을 받은 결과 하루 평균 50통 이상 신청 또는 문의가 쇄도했다.
농협중앙회 김중태 차장은 "과거 귀농자와는 달리 이번에 귀농 교육을 신청한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 진출할지를 이미 결정한 것은 물론 정부의 지원 정책 및 기술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온다"면서 "IMF체제 직후만 해도 막연한 향수나 호구지책 차원에서의 귀농이 많았지만 요즘은 '준비된' 귀농희망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쇄업체를 다니고 있는 노치현씨(46)는 "2년째 친환경농장 사업에 참가, 양평군 양수리에 4계좌(20평)의 텃밭을 분양받게 됐다"며 "작년에도 여기서 재배한 얼갈이 배추를 이용해 김장을 담가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딸을 데리고 가서 현장체험을 시키는 효과가 있는데다 퇴직 후 '귀농'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열심히 밭을 가꿔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