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에 이어 철도 노사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민영화 철회'를 내걸고 벌인 공기업노조의 연대파업은 이제 발전 노조만 남았다. 이번 파업으로 그동안 추진해 왔던 공기업의 민영화정책이 추진력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영화와 관련된 노사합의문이 '애매한 문구'로 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여야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관련법안의 국회심의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는 만성 적자를 해소해 재정 부담을 덜고,물류체계의 한 축으로서 철도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철도의 적자가 누적돼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국민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또 발전 자회사의 민영화는 국내외 투자를 유치해 안정적인 전기공급과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공기업은 '공익'을 빌미로 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그리고 '주인 부재'로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어렵게 돼 있다. 따라서 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경영효율이 낮다. 뿐만 아니라 과다한 공기업체제 유지는 민간부문의 활력(initiative)을 저하시키고 민간투자를 밀어내 경제효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민영화는 세계적 조류이기도 하다. 공기업을 계속 정부의 지배하에 두고서는 구조개혁을 통한 경영효율 제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민영화가 필요한 것이다. 민영화 반대논리의 핵심은 '민영화로 공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 비용으로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공익은 없으며,이윤동기의 '사각지대'는 적절한 규제장치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인센티브와 경쟁압력이 작동할 수 있는 민영화의 이점이 과소평가돼서는 안된다. 통신 의료 교육 대중교통 등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에서 볼 수 있듯이 공익기능은 민간기업과 제도에 의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 철도와 가스 전력도 예외일 수 없다. 철도의 경우 철도를 운행하는 세계 1백20개 국가 중 6개국만이 국유·국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 각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전력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으며,아시아 남미 등 개도국에서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은 철도의 기반시설까지 민영화하고,운영부문을 지나치게 여러 회사로 쪼개어 민영화에 실패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철도기반시설은 국유화해 공단이 건설·관리하고,운영부문만 통합운영 체제를 유지해 민영화하기 때문에 영국과는 구조가 다르다. 한편 미국의 캘리포니아 급전(給電)중단사태는 엄격한 환경규제와 지나친 소매가격 규제로 전력생산능력이 저하된 데 따른 것으로,이는 소비자 위주의 가격규제 실패이기 때문에 민영화와는 무관한 것이다. 이제 공기업은 정부의 지배를 받는 체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공기업의 경직적인 경영구조로는 경제여건 변화와 국민들의 서비스 수준 향상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가 기간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 우리의 경제체질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공기업 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 후퇴는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공공부문 구조개혁의 지체로 인식되어 대외신인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노조는 공공개혁의 핵심을 이루는 민영화를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다. 이때 정부는 고용불안을 최소화하고,우리사주 우선배정 등 민영화 과실이 현 종사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해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DJ정부 이전부터의 개혁과제로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개혁은 내일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 오늘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은 오늘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오늘만을 보는,그리고 이해관계에 따른 '힘의 논리'는 현상유지만을 가져올 뿐이며,이는 역사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dkcho@mj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