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공학 연구는 활발하지만 정작 산업은 형성이 안돼 있습니다.이래서는 실험실에서 아무리 우수한 연구결과를 나와도 빛을 보기가 어렵습니다.세계적인 에이즈백신 생산공장의 국내유치는 생명공학 산업을 키우기 위한 포석입니다" 넥솔바이오텍의 서정진(44) 사장. 그는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백스젠과 인천에 세계 첫 에이즈백신 생산공장을 짓기로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의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을 국내에 끌어들여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은 '집요한 설득의 결과'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2년전 창업할때 부터 바이오기술의 산업화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오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진국 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해외시장을 돌아다니던 중 백스젠이 에이즈백신 해외 생산공장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는 백스젠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1년반동안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싱가포르 정부와 최종 경합이 붙었는데 한국의 풍부한 연구인력과 저렴한 투자비 등을 내세워 설득했습니다.백스젠도 결국 한국의 잠재력을 인정,담배인삼공사 등 공기업이 참여하는 조건으로 한국진출을 결정한 것이지요" 백스젠은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제넨텍이 에이즈백신 개발을 위해 지난 95년 세운 자회사로 신약개발 핵심인 동물세포 배양기술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있다. 백스젠은 넥솔바이오텍 등과 공동으로 '셀트리온'이라는 합작법인을 세웠으며 인천 송도밸리에 1억2천만달러를 투자,2005년부터 에이즈백신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서 사장은 "에이즈백신 공장이 내년말 완공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동물세포 대량 배양국가가 된다"며 "실험실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생명공학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합작공장 설립을 계기로 선진기업의 신약생산 노하우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으며 국내 벤처들의 기술 상용화 가능성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서 사장은 10여년동안 경영기획임원으로 몸담아온 대우자동차를 그만두고 바이오쪽으로 눈을 돌렸다. "기술개발 연구보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회사로 키우겠습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기업들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엮어내는 것이 산업 발전의 지름길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글=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