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유통업체 다이에가 일본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했다. 2조엔이 넘는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다이에는 채권은행들의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50개 점포 폐쇄,직원 5천명 감원,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추진해야 할 형편. 다이에의 경영난은 채권은행들의 부담에 그치는 게 아니다. 경제 전반을 옥죌 수 있는 난제 중 난제다. 연간 매출 2조9천억엔(약 29조원),종업원 10만여명에다 거래처도 3천여곳을 거느리고 있어 사회문제화할 조짐도 없지 않다. 일본 정부도 애당초 도산과 회생 방안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 후자로 방향을 잡았다. 엄청난 후유증이 두려웠던 것이다. 다이에의 몰락은 창업자 나카우치 이사오(中內功)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일본 재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하는 나카우치 회장은 버블경제기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자산과 점포를 늘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본업에 자신을 얻은 나카우치 회장은 호텔 레저 프로야구단 등 계열사를 무려 1백70여개로 늘렸다. 부업에 눈을 돌리는 사이 본업인 3백여개의 GMS(양판점) 중 40%가 노후 점포로 전락,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렸다. 4년간 이어진 역신장세와 적자는 당연한 결과물. 또 하나 2세 경영에 유달리 집착한 것도 경영난을 부채질했다. 70대의 나카우치 회장은 지난 2000년 전문경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50대의 아들에게 경영권 이양을 고집했다. 2세 경영을 반대하는 전문경영인들과 치열한 투쟁이 벌어졌다. 결국 반대파와 아들이 동반 퇴진하는 것으로 타협했으나 조직은 급속히 흔들렸다. 조직 혼란은 경영에도 주름살을 만들었다. 다이에의 취약성은 일본 유통업계 경상이익 1위 기업인 이토요카도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이토요카도의 이토 회장은 '돌다리도 두드려 가는' 성격으로 자산보다는 현금흐름(cash flow)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다. 전문경영인에 전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국내 유통업계가 깊이 새겨봐야 할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