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룽지(朱鎔基)총리는 5일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5차 대회에서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올 8대 중점사업을 밝혔다. 주 총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첫 해인 올 경제운용의 첫 사안으로 '지속적인 내수 확대'를 꼽았다. 정부 돈을 풀어 경기 활황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올해에도 1천5백억위안(1위안=약 1백55원)의 장기건설국채를 발행, 서부개발 환경개선 농촌개선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중국은 5년 동안 약 6천6백억위안의 국채를 발행하게 됐다. 그는 또 다른 내수부양 방안으로 부동산 관광 자동차 통신 문화 등 신규 소비시장 개발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회계 법률 물류 전자상거래 등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 이 분야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주 총리는 WTO체제에 대응, 수출입 및 투자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기업에 관세감면 신용대출 등의 혜택을 주는 한편 대외무역 사업 주체를 다원화할 예정이다. 중국은 첨단기술, 현대 농업, 사회간접자본(SOC), 서부개발, 국유기업 지분 인수 등의 분야로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주 총리는 정부기능의 재조정 방안을 역설했다. 정부-기업 역학구도를 WTO체제에 맞춘다는 뜻이다. 그는 "전통적인 계획경제의 속박에서 탈피, 정부기능을 경제조절 시장감독 공공서비스 사회보장 등에 집중할 것"이라며 "행정심사 비준 사항 역시 재조정, 꼭 필요한 사항만을 정부가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다. 주 총리는 시장질서 개선 방안도 언급했다. 외국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가짜상품 단속 및 지방보호주의 철폐, 밀수 근절 등에 행정력을 모을 계획이다. 금융질서 회복을 위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구의 경영위반 행위를 엄격히 감독할 예정이다. 주 총리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 "한국 북한과의 관계는 굳건하게 발전하고 있다"고만 밝혀 기존 정책에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