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급 가전시장에서 수입품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수입품의 고유 영역으로 통했던 프로젝션TV와 양문형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권을 넘겨받은 데 이어 드럼세탁기도 국내산의 도약이 뚜렷하다. LG전자는 1월말 출시한 드럼세탁기 트롬이 한달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업계에서 추정하는 올해 국내 드럼세탁기 전체 시장 규모(10만대)의 10%에 달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가전매장에서 트롬은 지난달 70여대가 팔려 수입 드럼세탁기 전체 판매실적(80여대)과 맞먹는 호조를 보였다. 드럼세탁기 4개 모델을 판매중인 삼성전자도 1백60만원대인 최근 제품보다 가격을 대폭 내린 신제품을 상반기중 출시해 시장공략을 적극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밀레와 아에게 등 외국산 드럼세탁기 수입판매업계는 백화점측에 국산제품의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드럼세탁기 시장이 작년 4만대에서 올해 10만대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지난해 50%를 웃돌았던 수입산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까지 수입품이 주도했던 프로젝션TV와 양문형냉장고도 삼성과 LG 등 국산이 완전 잠식한 상태다. 프로젝션TV의 경우 지난 97년에만 해도 70대 30의 비율로 외산이 두배 이상 많이 팔렸으나 지난해는 국산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4년 전까지 외산이 60%를 차지했던 양문형냉장고 시장도 지난해 국산이 95%를 점유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가전매장을 총괄하는 안종호 세일즈 매니저는 "양문형 냉장고는 작년 말부터 삼성 지펠과 LG 디오스만 팔리고 있으며 프로젝션TV도 소니 외에는 수입품이 전혀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가전제품이 수입품의 텃밭으로 인식돼 온 고급 가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는 것은 품질은 거의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이 20% 가량이나 싼 데다 애프터서비스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럼세탁기의 경우 밀레는 1백50만∼1백80만원,아에게는 1백만∼1백20만원대이면서 용량도 5㎏급이 대부분이지만 LG트롬은 용량 7㎏짜리가 90만원대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