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가 한국을 바꾼다] 제1부 : (3) '사각(死角)지대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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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결제액이 6백조원에 육박하는 시대라지만 아직도 '금지구역'이 도처에 깔려 있다.
아예 카드결제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도 있지만, 엄연히 카드결제업소로 가입하고도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 현금만을 요구하는 업소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카드결제 회피가 심각한 업종으로 변호사사무소 병.의원 학원 등이 꼽힌다.
이들 업소의 특징은 '벌이'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업종으로 꼽히는 이들 업소의 카드결제 기피는 대부분 신고소득을 줄여 세금을 탈루하려는 의도와 맞물려 있어 더욱 문제가 크다.
형평 과세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파렴치 행위임은 물론, 당장 거액의 현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들의 이용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올 6월부터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업소를 형사처벌키로 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들 카드결제 사각지대를 '제로'로 만들면 52조원의 지하경제가 양성화되는 등 1백조원에 달하는 '투명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한다.
◇ 사각지대 어떤 곳인가 =국세청은 올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곳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펼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국세청이 '카드 알레르기'가 특히 심각한 분야로 꼽은 업종은 모두 14군데였다.
성형외과 교정전문치과 라식수술전문안과 보약조제전문한의원 클리닉전문피부비뇨기과 입시.외국어.예체능학원 골프.수영스포츠센터 여성피부.비만관리업소 법률사무소 약국 귀금속 뷔페식당 예식장부설식당 여관 등이 국세청이 적시한 '문제업종'.
실제소득에 비해 신고소득이 적다는 비판을 받아온 고소득 전문업종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들 14개 업종의 카드기피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가맹점 가입률과 카드결제율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병.의원은 가맹점 가입률이 97.7%나 되지만 카드결제율은 10.1%에 불과하다.
법률 보험 세무 등 서비스 업종은 가입률이 71%인데 비해 결제율은 7.8%였다.
학원도 가입률 68.8%, 결제율 12%로 3대 사각지대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소매업은 76.6%에 27.9%, 숙박업은 93.2%에 35.5%로 국세청의 요주의 대상업종으로 찍혀 있다.
이밖에도 고속도로 휴게소와 시장 전자상가 편의점 약국 등 노골적으로 카드결제를 꺼리는 업소들이 많다.
백화점들도 법인 외에 개인은 카드로 상품권을 사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 왜 카드를 싫어하나 =카드 기피업소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든다.
가맹점 평균 수수료 2.5%가 너무 높다는 것과 수입이 그대로 공개돼 세금 부담이 높아진다는 것.
이중 가맹점 수수료는 형식논리로 설득력이 없다는게 중론이다.
가맹점 수수료가 2.5%이긴 하지만 정부가 카드사용 장려책의 하나로 사용금액의 2%를 부가세에서 빼줘 실제 수수료는 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 업소가 카드를 피하는 진짜 이유는 세금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실제 수입에 비해 소득신고를 대거 줄였다는 의혹을 받아온 병.의원 변호사사무실 학원 등이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카드 결제를 한사코 기피하고 있는 데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것.
◇ 사각지대를 없애면 =정부가 신용카드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용카드 결제가 1백% 이뤄진다면 모든 납세자가 얼마나 벌었는지 투명하게 드러난다.
공평.형평 과세의 기반이 자연스럽게 갖춰진다.
정부가 카드복권제와 매출액의 2% 부가세 공제 등 각종 신용카드 활성화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의 조세수입 증대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용 증가 덕분에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이 약 3조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카드결제를 대행하는 밴(VAN.부가통신망)산업 성장, 카드제작업계 호황과 어음 소멸 등 전후방 효과를 합치면 1백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용카드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신용한국(Credit Korea)'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는 결론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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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이학영 금융팀장 고기완 허원순 백광엽 정한영 박수진 박해영 김인식 최철규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