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에 돌입한 은행가가 주요 은행의 행장 등 임원 선임을 둘러싸고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대부분 은행의 감사자리를 금융감독원 출신이 '싹쓸이'한 가운데 임기가 남은 은행장의 후임까지 거론되고 있어 '관치인사 시비'가 재연될 조짐이다. 현재 임원인사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은행은 조흥 외환 국민은행. 조흥은행은 내달 14일 임기가 만료되는 위성복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행장후보 추천위원회를 5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행추위원들은 위 행장을 비롯한 5명을 행장후보로 우선 거론했다. 그러나 대주주인 정부(지분율 80.05%)가 아직 뚜렷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어 행추위원들조차 후보를 어떻게 압축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행추위는 5일 오후까지 회의를 계속한데 이어 6일과 7일에도 회의를 열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정부의 뚜렷한 의사표시가 없어 일단은 위 행장의 연임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어 있다는 것이 행추위쪽 전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흥은행은 시중은행인 만큼 은행장도 관료가 아닌 민간인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는 다만 행추위가 후보를 추천해 오면 대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장 문제와 관련, 돌발 변수로 등장한 곳이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지난 4일 주총을 당초 22일에서 29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준비가 아직 덜된 탓이라는게 외환은행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금융계에서는 해석이 구구하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의 외환은행장 교체 '시도' 때문에 주총날짜가 늦춰졌다는 얘기도 나돈다. 감독당국의 고위인사 등 구체적인 후임자 이름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그러나 "김경림 행장의 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아 있는 데다 은행장을 바꾸기 위해선 은행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만큼 은행장 교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감사를 당초 예상과는 달리 2명 내정함으로써 관치인사 시비에 휘말렸다. 국민은행은 지난 4일 열린 감사위원회에서 이철주 현 감사와 이순철 금감원 부원장보를 상임감사 후보로 복수 추천했다. 상임감사가 2명인 곳은 국내 상장회사에선 아직 없다. 금융계에서는 이를 두고 '감독당국의 낙하산 인사(이순철 감사 내정자)'에 대한 국민은행의 반발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합병은행의 원활한 검사업무 통합과 일관된 업무추진을 위해 감사를 2명 두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미뤄 감사업무 통합이 완료되면 이철주 감사는 임기전에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