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개설과목인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의 수강정원은 40명선. 하지만 매년 정원의 2∼3배를 웃도는 학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이번 학기에도 이미 1백80명이 수강신청을 해 학교측이 강의실 배정 문제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교수가 아닌 기업체 임원이 강의를 진행해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점. 수업은 오주섭 해태음료 마케팅담당 이사가 5년째 맡고 있다. 오 이사는 "이론보다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를 하다보니 학생들이 매우 흥미로워 한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체 최고위급 임원들의 강의가 캠퍼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임원의 캠퍼스 강의는 대부분 '특강' 형태로 단발성에 그쳤지만 최근 들어 전임강사 등 겸임교수직으로 점차 영역이 확대돼 가고 있다. 강의 분야도 마케팅 홍보 정보기술(IT) 부동산 전기공학 금융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체 임원들의 대학행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대학과 기업체간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 대학은 이들 임원이 경영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줘 '살아 있는' 수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미래 소비자인 대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 보다 많은 임원들을 캠퍼스로 보내고 있다. 최태원 SK(주) 회장은 올 1학기부터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과정에서 '산업기술정책론' 등을 강의한다. 김형벽 현대중공업 회장은 울산대 경영학부 학생들에게 특강 형식을 빌려 경영학을 가르친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서 '기술혁신과 경영'을 주제로 후배 양성에 나서고 있다. 변대규 휴맥스 대표도 전기공학부 학생들을 상대로 '전자산업경영'을 강의한다. 백승화 코래드 사장은 서강대 영상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광고관리론을 가르친다.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임원급 인사들의 강단활동도 활발하다. 특히 마케팅 및 홍보 광고담당 임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최영택 LG카드 홍보담당 상무는 인기 강사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에서 현대PR론을 가르치고 있다. 김익태 제일기획 브랜드컨설팅그룹 국장은 오는 2학기부터 성균관대 경영학부에서 '마케팅관리론'을 강의할 계획이다. 연구직 임원들도 후진 양성에 발벗고 나섰다. 박명호 LG전자 디스플레이연구소장(상무)과 박종술 CDMA단말연구소 연구위원(상무)은 오는 2학기부터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대학원과 KAIST 대학원에서 디스플레이 기술 동향과 단말기 기술 동향 및 상품화 현황에 대해 각각 강의하기로 했다. 금융 및 회계법인의 임원들도 캠퍼스에서 자주 마주친다. 김익래 안진회계법인 부회장이 성균관대 경영학부에서 '세무회계'를, 윤현수 진흥상호신용금고 대표는 '경영분석', 배재봉 액센츄어컨설팅 상무는 '경영학원론'을 각각 맡아 학생 지도에 나선다. 부동산 개발 부문에서는 이상영 부동산114 대표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부동산관리론'을, 이현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대표가 연세대 건축대학원에서 '부동산개발론'을 각각 맡아 강단에 선다. 김수찬.이방실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