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5일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철강제품에 최고 30%의 관세를 매기기로 하자 교역상대국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정면대응'이었다. 미국내 많은 국제무역전문가들조차 부시 행정부의 선택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 국제경제연구원(IIE)의 벤 굿리지 연구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입철강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고 해서 미국 철강회사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며 "퇴직종업원들에 대한 지원비용문제 등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해결해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미국 철강업계는 97년 이후 31개의 철강회사가 도산,2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분명한 근거는 없다. 가격하락,퇴직종업원에 대한 막대한 지원비용 등이 겹쳐 경쟁력을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고율관세라는 보호무역의 칼을 빼든 것은 다분히 '정치적 선택'이란게 중론이다.철강회사들이 많은 이른바 '철강벨트'의 표심을 얻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철강벨트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오하이오주 펜실베이니아주 등 철강집산지를 말한다.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경우 지난 2000년 대선 때 철강산업보호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민주당의 고어 후보를 외면하고 부시의 손을 들어줬다. 부시 대통령은 그 보답을 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하이오주나 펜실베이니아주도 가까이는 11월 중간선거,멀게는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부시에겐 이들의 표가 자유무역원칙을 지켜달라는 교역상대국들의 요구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고율관세의 경제논리적인 흠결을 꼬집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세율인하를 선호한다. 경기부양대책을 추진할 때도 감세(減稅)확대,유가증권 및 부동산매매차익에 대한 세율인하 등을 주장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관세부과조치에 대해 교역상대국들은 물론 미국내 많은 전문가들마저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